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美, 무역전쟁 휴전한 날… 화웨이 창업주 딸 체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회장 겸 CFO 멍완저우, 미국의 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

中 "즉각 석방하라" 강력 반발… 국내외 증시 IT관련株 급락

세계 최대 통신장비 메이커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인 화웨이의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46)가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5일 보도했다. 멍완저우는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 회장의 딸로, 런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다. 그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미국에 인도될 것으로 알려졌다. 멍완저우가 체포된 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르헨티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90일간의 무역 전쟁 휴전에 합의한 날이었다.

WSJ는 "미 당국은 중국 2위 통신장비 업체 ZTE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화웨이 지주회사의 홍콩 자회사가 최소 2016년부터 이란과 거래한 혐의를 포착했다"며 "멍 부회장은 이 지주회사의 이사였다"고 전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과 캐나다에 구금 이유를 즉각 분명히 밝히고, 구금된 사람을 즉각 석방해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외 증시에서는 '화웨이가 제2의 ZTE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IT 관련 종목들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4월 ZTE는 미국의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미 정부의 제재를 받아 한때 부도 위기에 몰렸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55% 떨어진 2068.69에, 코스닥 지수는 3.24% 급락해 678.38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 지수(-1.91%), 중국 상하이 지수(-1.68%), 대만 가권 지수(-2.34%)도 낙폭이 컸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도마에 오른다면 그 충격파는 ZTE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런정페이 회장이 1987년 중국 선전에서 창업한 화웨이는 통신장비 분야에서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 기업이다. 휴대폰 분야에서도 올 상반기 애플을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판매량 기준)에 올랐다.

멍 부회장을 미국이 겨눴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런정페이와 전처 멍쥔 사이에서 태어난 멍완저우는 어머니의 성을 따랐지만, 1993년 화웨이에 입사한 뒤 회계 분야에서 승승장구했다. 중국에선 그가 아버지로부터 화웨이를 물려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를 대중(對中) 기술 전쟁의 핵심 타깃으로 삼은 것은 이 회사가 5G 이동통신 분야에서 선진국 기업들을 넘어 세계 시장을 장악할 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빅데이터·인공지능에 기반한 미래 기술사회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가 5G 이동통신이다. 중국 군부 출신 런정페이 회장이 만든 화웨이에 자국의 산업과 군사, 안보 경쟁력이 달린 미래 통신망을 맡길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다. 미국은 이미 2012년부터 화웨이에 대해 미국 내 통신망 장비 판매를 금지했고, 지난 8월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기관의 화웨이·ZTE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미국은 동맹국에도 동참을 요구해왔다. 지난 8월 호주가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공급을 제한했고 지난달 뉴질랜드가 동참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도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사업에서 제외하고 3G, 4G에서 사용됐던 화웨이의 장비도 교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