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발견 시티투어버스] <7>호반의 도시 춘천 낭만여행
2일 오전 춘천 시티투어 관광객들이 소양강 처녀상 관람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고 있다. 박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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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투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2월의 첫 일요일인 지난 2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 춘천역 광장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여고동창과 함께 소녀감성을 다시 느끼기 위해, 가족들과 소중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호반의 도시를 찾은 시티투어 관광객들이다.
춘천시티 투어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1차례 춘천역 광장에서 출발한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경춘선 전철이나 ITX청춘열차를 타고 오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유희정(56) 해설사는 “의암호를 따라 지식과 감성은 채우고 스트레스를 비우는 코스로 투어를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6,000원인 시티투어 티켓을 구입하면 주요 관광지 입장료와 레일바이크 탑승료를 할인 받는 등 혜택도 쏠쏠하다”고 덧붙였다.
춘천시의 마스코트인 ‘로맨틱 요정’이 앙증맞게 그려진 버스는 설레는 마음을 싣고 이날 오전 10시30분 춘천역을 출발, 5분 뒤 소양강 스카이워크에 도착했다.
◇소양강을 걷는다
춘천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국내에서 가장 긴 수상 전망대로 물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강원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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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45m의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국내에서 가장 긴 수상 전망대다. 주탑에 와이어가 연결된 모습이 마치 교각과 비슷하다.
이 전망대의 4㎝ 두께 유리바닥은 삼중 강화유리로 제작돼 1㎡당 7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성인 6,800여명이 한꺼번에 올라가 뛰어도 끄떡 없도록 설계됐다.
투명유리 진입로에 들어서자 7.5m 아래 소양강이 훤히 보인다. 잠시 아찔한 기분이 들지만 강물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엔 무서워 떼를 쓰던 하던 아이들도 몇 걸음 걸으니 금새 웃음을 되찾는다. 서울에서 온 김지헌(51)씨는 “처음 유리 바닥에 발을 내딛자 아래로 푸른 강물이 보여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었지만 다른 모험 관광지와는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고 유리전망대를 처음 접한 소감을 전했다.
스카이워크 끝 원형 모양의 전망광장은 북한강을 끼고 펼쳐지는 멀리 중도의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스카이워크 입장료는 2,000원. 그러나 춘천시는 입장료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준다.
춘천 소양강 처녀상이 경관 조명과 어울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춘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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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전망대에서 색다른 스릴을 느낀 뒤 바로 옆 소양강 처녀 노래비와 처녀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때마침 1968년 소양강에 천렵을 왔던 반야월(본명 박창오ㆍ1917~2012) 선생이 석양에 비친 소녀의 모습을 보고 노랫말을 썼다는 곳이라는 해설사의 설명이 곁들여진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으로 시작하는 국민애창곡의 첫 소절이 절로 생각난다. “스카이워크와 소양강 처녀상은 저녁 노을과 물안개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는 게 유 해설사의 설명이다.
김유정 문학마을을 찾은 춘천 시티투어 관광객들이 전문 해설사로부터 김유정의 일생과 1930년대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박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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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가의 작품세계 펼쳐지는 문학 투어
버스가 15분 가량을 달려 도착한 두 번째 코스는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 문학마을. 생전에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라고 했던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의 고향이다. 그의 대표작인 ‘동백꽃’과 ‘봄봄’ 등 12편이 과거 ‘실레마을’이라 불리던 고향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아담한 생가와 두루마기를 입은 김유정 동상, 연못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용은 알차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수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일제 강점기 수탈을 강요당했던 시대를 역설적으로 고발한 해학미 등 그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전문 해설사로부터 1930년대 한국 현대문학의 흐름과 당대 판소리 명창이었던 박녹주(1906~1979)를 향한 구애 등 김유정의 일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목진구(42)씨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지식을 채워가는 느낌”이라며 “아이들이 크면 한번 더 찾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김유정 문학마을에서 걸어서 5분 가량 걸리는 김유정역 인근에는 이름난 맛집이 많다.
춘천의 향토음식인 막국수와 닭갈비를 비롯해 산채비빔밥과 만두, 피자, 베이커리까지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대부분 방송 프로그램이나 파워블로거들이 맛을 보증하는 곳들이다.
김유정역에서 강촌역까지 6㎞를 달리는 강촌레일바이크에 오르면 북한강과 삼악산 등 빼어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춘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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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바이크 타고 즐기는 ‘춘천 가는 기차’
머리와 배를 채웠으니 김유정역에서 출발하는 레일바이크를 타고 힘차게 페달을 밟을 차례다. 탑승료는 2인승 기준 2만4,000원이다. 시티투어 손님에게 20% 할인이 적용된 가격이다.
강촌정거장까지 6㎞을 운행하는 레일바이크는 2010년 전철 개통으로 임무를 다한 경춘선 옛 철로를 달린다. 가수 김현철의 노래에 나오는 ‘춘천 가는 열차’가 다니던 그 철길이다.
이날 오후 1시40분 안전벨트 착용과 브레이크 작동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출발한 레일바이크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선물했다.
출발과 동시에 나오는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다 보면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농가와 들녘이 라이더를 맞이한다. 레일 양 옆으로 가지런히 놓인 갈대 숲을 지나자 절벽사이로 보이는 고드름이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깎아 지른 바위산과 숲 사이에서 페달을 밟으면 어느 새 북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나도 모르게 ‘와’하는 탄성이 나오는 구간이다.
“삼악산과 어우러진 모습에 빠져들다 보니 추위와 스트레스를 잊게 된다”는 게 탑승객들의 공통된 얘기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최인경(49ㆍ여)씨는 “낙엽이 완전히 떨어진 나뭇가지와 살얼음이 있는 냇가를 보니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며 “시간이 멈춘 듯 한 아날로그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즐거워했다.
종착역을 앞두고 나오는 은하수터널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터널에 진입하자 어둠과 공포는 잠시 ‘붐바스틱’ 등 신나는 댄스곡과 화려한 조명이 마치 클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단 겨울철에는 레일바이크 탑승 시 브레이크 작동을 위한 장갑과 찬바람을 대비한 외투가 필수다.
이렇게 40여분을 달려 정거장에 도착하면 증기 기관차 모습을 한 ‘낭만열차’에 올라 강촌역으로 이동한다. 강촌역까지 2㎞ 구간 셔틀 역할을 하는 이 열차에서는 감미로운 팝송과 발라드가 흘러 1980년대 감성을 충전시켜 준다.
춘천시 서면 애니메이션 박물관을 찾은 관광객들이 원화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박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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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아이도 즐거운 만화왕국
의암호를 끼고 도는 드라이브 코스를 지나 도착한 이날 춘천시티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춘천시 서면에 위치한 애니메이션 박물관이다.
올해 9월 새롭게 문을 연 이곳에서는 선사시대 알타미라 벽화에서부터 클레이메이션까지 첨단 기법을 가미한 영상까지 표현기술의 진화과정을 만날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법을 접목해 만화영화 속 주인공이 되고,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원화작업도 해본다. 더빙실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된다. 꼬마손님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로보트 태권브이를 비롯해 구름빵의 고양이 주인공인 홍비와 홍시, 뽀로로 등 캐릭터 전시관이다.
이곳은 어린이뿐 아니라 30~50대 어른들에게도 추억을 선물한다.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와 톰과 제리, 아톰, 들장미 소녀 캔디, 허리케인 조, 타이거 마스크 등 어린 시절 브라운관 속에서 활약하던 주인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시 서면 애니메이션 박물관에서는 로보트 태권 브이를 비롯한 만화영화 속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박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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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다른 코스 골라 타는 재미
춘천 시티투어에는 타 지역과 달리 국보급 역사유적도, 야경 등 화려한 볼거리도 많지 않다. 쇼핑과 미식투어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노선은 단 1개에 불과하다.
대신 계절별, 요일별로 코스를 달리해 골라 타는 재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은 편인 소양강 스카이워크와 레일바이크를 중심에 두고 소양강댐이나 청평사, 춘천국립중앙박물관, 옥동굴 체험 등으로 코스를 매일 조금씩 변경하는 것이다.
꽃이 만개하는 봄이나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춘천시 신북면 강원도립화목원이나 제이드 가든 위주로 감성여행 코스를 선보인다. 여름과 가을에는 의암호에서 카누를 타는 물레길 체험이 추가된다. 조금은 다른 듯한 투어 코스를 선보여 관광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런 소소한 재미를 찾아 2014년 이후 올해 9월까지 3만1,198명이 춘천을 찾았다. 올해에만 1만1,000명에 가까운 관광객을 유치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여전히 저조하다. 2014년 이후 춘천시티투어를 다녀간 외국인은 매년 1,000명 안팎에 그쳤다. 2000년대 초반 춘천이 일본과 중국, 동남아에 잘 알려진 ‘한류도시’였던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함지연 춘천시 관광객마케팅 담당은 “올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루에 이어 내년 중국 선양(瀋陽)에서 마케팅을 진행하고 노선도 고민해 한류관광지의 명성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춘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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