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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불행 아닌 불평등…장애에 대한 시각들 뒤집는 '어른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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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어른이 되면'
[시네마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를 부른다. 객석에서도 박자에 맞춰 박수가 나온다.

신나게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장혜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주연을 맡은 장혜정 씨다. 장 감독의 1살 어린 동생인 혜정 씨는 발달장애를 앓고 있다. 그는 열세 살에 장애인 수용시설에 보내졌고 18년간 그곳에서 살았다.

장 감독은 장애인, 여성, 성 소수자 등의 인권에 관해 이야기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동생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시설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은 항상 마음 한편에 무겁게 자리 잡았다.

결국, 장 감독은 동생을 시설 밖으로 데리고 나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어린이 되면'은 혜영과 혜정 자매가 시설 밖 세상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장 감독은 "동생과 살기로 마음먹고 지원을 알아보니 최소 6개월 정도 우리끼리 살아남지 않으면 원하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일단 6개월을 감당해보기로 했고, 어차피 감당할 것이라면 우리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자는 생각에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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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시네마달 제공]



장 감독은 동생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일을 그만두기로 한다. 그리고 동생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유튜브 영상으로 공유하고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겠다는 약속으로 투자를 받는다.

또 음악을 좋아하는 동생을 보고 지인에게 개인과외를 부탁한다. 연말 공연이라는 목표까지 정하고 혜정은 노래 공부에 돌입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혜정의 노래 공부가 순탄치는 않다. 음정·박자를 틀리는 것은 물론이고 가사는 자기 마음대로 부르기 일쑤다.

사회 적응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혜정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투정 부리고 소리를 지르며 주변 사람을 당황스럽게 한다.

애니메이션이라면 기적처럼 혜정의 장애가 낫고, 영화라면 어디선가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도움의 손길이라도 내밀겠지만,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다. 현실에서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관객 입장에서는 캐릭터의 성장을 기대하실 테지만, 그런 기대를 무너뜨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혜정과 제가 성장하는 스토리가 아니라 그간 장애인을 대하는 시각과 기존의 편견이 고쳐지는 이야기를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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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시네마달 제공]



장 감독과 혜정 씨는 지난 9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장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이 영상은 저의 전쟁 같은 하루하루, 투쟁의 기록에 가까운 것"이라며 "저와 제 동생의 삶을 서포트하는 것은 친구와 가족이지, 국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당시 현 정부가 장애 문제를 생각하는 진정성은 있다고 느꼈다"면서도 "여전히 예산과 제도는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진정성에 비해 예산과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죠.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가 고민해보니 관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를 불행으로 바라보면 필연적으로 온정적이 되고 희생과 동정의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어요. 얼마 이상의 지원은 불가능하죠. 장애는 불평등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 헌법은 장애가 차별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인근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읍소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장 감독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닌 뜨거운 분노"라며 "인간으로서 존엄을 누릴 권리가 침해되는 불평등한 상황에 대해 개선을 요구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13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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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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