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北철도 민망하다던 김정은…KTX탈선에 더 민망해진 文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 2월 전용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기 위해 KTX에 탑승하고 있다. [영종도=청와대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은 관심사 KTX, 나뒹구는 탈선 사진에 답방 동선도 영향?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로 안전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동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KTX 탑승은 철도 현대화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김 위원장의 ‘남조선 체험’ 1순위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강릉선 KTX는 남북 관계에서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친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보내는 파격적 결정을 했는데, 당시 김여정은 서울과 평창 간 이동을 위해 강릉선 KTX를 탔다. 김여정은 북으로 돌아가 ‘KTX 탑승기’를 오빠에게 제출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KTX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시면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며 KTX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3차 방중 때도 따로 시간을 내 베이징의 철도 인프라 기업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큰 축 중 하나로 철도망 현대화 등 인프라 정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 곳곳에서 드러난 셈이다.

이에 정부도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진다면 KTX를 이용해 의미 있는 장소로 이동하는 동선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KTX를 타고 삼성 기흥이나 평택 공장, 현대차 울산 공장 등 지방을 둘러볼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남북 간 철도가 연결될 경우 시발점이 될 부산도 거론되는 방문지 중 하나였다.

중앙일보

8일 오전 7시37분쯤 강원도 강릉역에서 출발한 서울행 KTX 열차가 출발 5분 만에 탈선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 열차는 이날 오전 7시30분 강릉에서 출발했으며 운산동 남강릉 신호장 일원에서 선로를 이탈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통된 지 불과 1년도 안 돼 강릉선 KTX 열차가 운행 중 탈선해 두 량이 완전히 철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나면서 김 위원장을 위한 ‘KTX 투어’에 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남을 북한 지도자의 첫 방남에서 북측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안전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결단력 있는 김 위원장의 성격상 그런 것은 괘념치 않겠다고 할 가능성이 크지만, 측근 그룹의 우려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해도 이미 김여정이 탔고 최고 존엄이 탈지도 모르는 열차가 철로에 나뒹구는 이미지가 북측에 깊게 각인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