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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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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HIV 감염인 평생 먹어야 하는 약 3분의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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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신형식 대한에이즈학회장


중앙일보

신형식 대한에이즈학회장


12월 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최근 흥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로 사망한 것이 다시 화제가 됐다. 불과 30년 전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에이즈는 ‘죽음의 병’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에이즈는 치료제만 꾸준히 복용하면 정상인과 비슷하게 건강한 생활이 가능한 질환이 됐다.

에이즈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바이러스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의해 발생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이다. HIV에 감염되면 체내의 면역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우리 몸은 저항력을 잃고 쉽게 무너져 세균 감염과 각종 합병증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에이즈 치료제의 개발은 1984년 HIV가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87년에는 최초의 치료제 ‘지도부딘(AZT)’이 개발됐다. 치료제 개발에도 여전히 에이즈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효과가 작고 치료제에 대한 내성 발생 때문이었다. HIV 바이러스가 내성을 키워 더 이상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게 되고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HIV 환자는 에이즈 발병으로 사망했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도 45세로 운명을 달리했다. 이에 HIV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됐고, 96년 세 가지 약제를 동시에 복용하면 HIV를 지속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3제 요법’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일명 ‘칵테일 요법’으로 알려진 3제 요법은 기적과도 같은 치료법으로 더 이상 병은 악화하지 않고 면역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됐다.

HIV/에이즈는 죽음의 병이 아니지만 HIV 감염인은 평생 치료제를 복용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치료제 장기 복용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 실제 한 국제 설문조사에서 72%의 감염인이 치료제의 장기 복용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매일 세 가지 약물을 복용해야 하니 20대에 HIV에 감염된 경우 평생 6만 개 정도의 알약을 복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효과도 좋고 내성에도 강한 두 가지 약물로 이뤄진 치료법이 표준치료법인 ‘3제 요법’과 비교해 동등한 효과와 더 안전한 연구결과를 가진 것으로 발표됐다. 이는 평생 복용해야 할 치료제의 수를 3분의 1 정도 줄이는 결과다. 따라서 HIV 감염인의 치료제 장기 복용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의 난관을 극복한 것이다. 의학의 발전이 계속돼 수개월 내지 1년 정도 복용하면 완치되는 치료약이 개발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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