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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캠퍼스 미투·성차별' 여전한데…대체할 조직도 없이 사라지는 '총여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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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대학가에서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잇따라 폐지·개편이 되면서 이러다가 '총여'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수의 대학들이 총여 존재의 이유가 없다며 폐지를 결정했지만, 대학 내 성폭력과 성차별이 여전한 상황에서 총여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연세대, 성균관대, 동국대, 서울대, 고려대, 국민대, 서강대 등의 총여와 여성주의 모임 학생들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2018 총여 백래시 연말정산' 집회를 열었다. 총여가 존폐 기로에 놓인 것을 '백래시(backlash·기득권층의 반발 현상)‘로 규정하고, 이미 학생 투표로 폐지가 결정된 몇몇 대학에 대해서는 ’다수결로 소수자를 짓밟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때 대학가 총여는 30여 곳에 이르면서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최근 전국 4년제 대학 1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여가 존재하는 학교는 22곳으로 줄었다. 여기에는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대학들과 최근 폐지가 결정된 대학들도 포함됐다. 그나마 연세대 총여가 폐지가 아닌 재개편이 결정되면서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총여가 폐지 기로에 놓인 것은 총여 존재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학내 여학생이 소수였던 과거에는 여학생에 대한 불평등 대책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총여가 존재하지 않아도 여학생과 남학생들의 평등이 충분히 이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수년 동안 총여가 공석을 유지했고, 몇몇 대학 총여는 페미니즘 강연. 남학생 역차별 등 각종 논란을 빚은 것이 폐지 가속화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대학가 여성주의 모임들은 여전히 총여의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미투 운동이 크게 일었던 2018년 대학가에서 총여가 연달아 폐지되는 현상을 비정상적이라고 해석했다. 최근에는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됐던 교수들이 다시 강단에 서거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나타나는 등 미투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문제 해결을 주도적으로 촉구하는 조직인 총여가 학내에서 사라지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연세대 총여는 미투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피해자의 대리인을 자처해 사건을 공론화하고 문제 해결에 힘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총여를 대체할 수 있는 조직이 존재하는 대학은 많지 않다. 전국 312곳 대학 중 성폭력 전담 기구를 둔 곳은 11%,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된 대학도 전체의 30%대에 불과하다.

    또 여학생들이 받는 차별을 남학생이 판단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기구가 다수에 의해 존폐가 결정됐고, 그 결과가 민주주의의 승리로 인식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여 폐지를 두고 벌인 찬반투표에서 남학생을 포함한 재학생 모두가 참여했다.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측은 “여성을 향한 범죄가 심각하다는 기사가 쏟아지는데, 대학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며 “아직 학내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과 술자리에서 오고 가는 성희롱 발언들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명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를 함으로써 민주적 절차를 준수했다고 발뺌하지만 이는 민주주의의 역행을 불러오는 행위”라며 “토론이나 논의를 할 수 있는 공론장 한 번 마련하지 않고, 학생 자치 기구를 폐지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총여 측도 이번 투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 총여 측은 "총여가 학내 만연한 성차별에 대한 대응 조직으로 존재하는 만큼 총투표로 폐지할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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