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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한여름 '판문점 에어컨'이 고장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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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영화기획전 상영작들 관심

"총이 아닌 웃음, 열기가 아닌 시원한 바람을 그리는 영화"

CBS노컷뉴스 도성해 기자

노컷뉴스

독립영화 '판문점 에어컨(감독 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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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어느 날, 에어컨 수리기사 철환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이정표는 판문점. 에어컨 고장 신고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군 장교였다.

그의 안내로 들어간 곳은 T2로 불리는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철환은 긴장된 표정으로 에어컨을 점검하다 실외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금방 고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런데 곧바로 충격에 빠진다.

실외기가 하필이면 판문점 북측 지역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과연 에어컨 수리를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마련한 통일영화기획전(12.1~12.6)에서 선보인 <판문점 에어컨>(감독 이태훈)이라는 작품의 시놉시스다.

연출을 맡은 이태훈 감독은 "TV 뉴스에 보도된 판문점 사진을 본 뒤 시나리오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판문점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북한 병사들의 바로 뒤에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 있었고, 그 상표가 '삼성전자'였던 것.


이 감독은 "2년 전에 찍힌 사진인데 실제로 삼성에어컨 실외기가 지금도 북한 지역에 있다"며 "'저 에어컨 실외기가 고장 나면 어떻게 고칠까', '수리하러 간 사람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그 물음에 답을 하면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러닝타임 25분 동안 그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이 감독은 <판문점 에어컨>에 대해 "이념의 열기와 역사의 아픔이 공존하는 판문점에서 고장 난 에어컨을 고치는 수리기사를 통해 우리의 현재 모습들을 비유하고, 총이 아닌 웃음, 열기가 아닌 시원한 바람을 그리는 영화"라며 "너와 나를 가르지 않는 '우리', 함께 웃음 짓던 그때 그 시절을 돌이키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간단한 수리라고 했지만 예기치 않은 사건 때문에 에어컨 수리 현장은 난장판으로 변한다. 그런데 그때 굳게 닫혀있던 회의장의 양쪽 문이 열리면서 시원한 바람이 통하기 시작했고, 땀으로 범벅이된 남북한 장병들을 식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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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에어컨'의 이태훈 감독


이태훈 감독은 "그동안 문만 열면 바람이 들 수 있는 곳인데 남북한이 서로 문을 닫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공감대가 이 영화를 통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통일부가 제작을 지원한 이번 통일영화기획전에는 <판문점 에어컨>과 함께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부양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정은이' 어느 날 북한 여성으로부터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여보세요>(부지영 감독), 남북관계를 남녀 관계에 빗대어 소통과 신뢰의 중요성을 뮤직 드라마 형식으로 담아 낸 <우리 잘 살 수 있을까?>(강이관 감독), <그 아이>(서동수 감독) 등 2018년 지원작 4편과 <레브레따>(서은아 감독), <보이지 않는 아이들>(최미경 감독), <기사선생>(김서윤 감독), <바다로 가자>(김량 감독) 등 기존 지원작 4편이 함께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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