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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IMF 복기하고 생각해볼 화두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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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

새로운 소재에 세대공감으로 개봉 12일 만에 손익분기점 넘어

“힘든 영화일 듯한 감이 날 자극”

경향신문

최국희 감독은 “막힌 골목에서 인물을 압박하는 영화가 누아르”라며 “이런 면에서 <스플릿>도 누아르, <국가부도의 날>도 누아르”라고 말했다. 영화사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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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면 뿌듯합니다. IMF를 잘 모르는 젊은 친구들은 궁금해 검색해보고, 당시를 겪은 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딱히 메시지보다는 1997년 위기를 다 같이 복기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연출한 감독 최국희(42)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중소기업 사장 갑수(허진호) 세 사람의 시선으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신청 직전 일주일을 그린 영화다. 지난 9일까지 누적 관객 272만명을 동원하며 개봉한 지 12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최 감독은 지난해 초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는 “기존에 없던 소재라 새로웠다. 가슴 뜨듯하게 하는 분노도 읽혔다”며 “약간은 어려운 영화가 될 것 같았지만, 저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는 작가 엄성민의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상원 전문사 과정 졸업작이다. 최 감독은 “인물과 설정 등 큰 틀은 그대로이고, 대사는 배우들과 이야기하면서 조금 바뀐 부분이 있다”며 “다만 초고는 현재에서 1997년을 회상하는 구조였고, 초고보다 재벌 3세의 비중을 조금 늘렸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영화가 1997년 당시 비공식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 한 줄에서 비롯된 ‘가상의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그는 “IMF가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조건을 제외하면 등장인물 등 전부 다 가상의 이야기”라며 “특정 인물을 연상시키고 떠올리게 하는 것이 싫어 (실제 직책·직함과 다르게 쓰는) 장치를 썼다”고 말했다.

영화는 세 사람 중 한시현에 가장 많은 무게를 둔다. 최 감독은 “시현은 당시 있었을 법하거나 실제로 있었으면 좋았을 인물”이라며 “시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돼야 관객이 이야기에 올라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윤정학과 재정국 차관 박대영(조우진)에 대해서는 “정학은 개인 욕망을 추구하면서 나라 망하는 것을 걱정하기도 하는 참 복잡한 캐릭터로 대다수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박 차관은 악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친미 시장주의자로 그런 신념이 국민의 안위보다 앞서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 마지막 시현의 내레이션은 담담하게 인물을 비추는 영화 전반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최 감독은 “위기는 반복되지만 사람들이 깨 있는 한 제2, 제3의 한시현이 존재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내레이션을 넣는 게 20년 후를 보여주는 의미를 확실히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1995년 한국외대에 입학한 최 감독은 교양 수업 중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그는 “영상 매체에 빠지게 됐고 매체가 주는 힘이 위대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군에서 영화를 하기로 결심한 그는 전역 후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극장전> 등 연출부 생활을 했다. 이후 한예종 영상원(전문사)에 들어갔고, <스플릿>(2016)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이 영화로 지난해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 관객상 등을 받았다. 최 감독에게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이 영화 하기 전까지 경제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이었다. 전문가들도 예상을 잘 못하는 것을 제가 어떻게 하겠나. 그래도 이제는 예전처럼 경제뉴스를 등한시하지 않고 열심히 읽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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