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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집트 '노란조끼' 판매금지… 제2 '아랍의 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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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인접국 튀니지 '빨간 조끼' 확산… 아랍의 봄 기념일 한 달 앞두고 시위 사전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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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란 조끼'를 모방한 튀니지의 '빨간 조끼' 운동 로고. /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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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정부가 자국 내 노란 조끼 판매를 사실상 금지했다. 프랑스의 '노란 조끼'(gilet jaune) 시위를 모방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11일(현지시간) 가디언은 이집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이집트 정부가 노란 조끼를 일반 구매자에게 팔지 말라고 지시했다"면서 "일부 검증된 업체에 한해 도매 판매를 허용하지만 이마저도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위반 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 안전장비 매장이 모여 있는 수도 카이로 상점가의 점주들은 노란 조끼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 점주는 "경찰이 며칠 전 찾아와 노란 조끼를 팔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다른 점주는 "정부가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일(시위)이 이집트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는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가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과 유사하다고 보고 경계하고 있다.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노란조끼 시위가 불평등 해결을 요구하는 쪽으로 확대되면서 다른 국가로도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프랑스 인접국인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물론, 이집트 인접국인 튀니지에도 유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튀니지에서는 정부 부패, 높은 실업률과 물가 등에 반발하는 '빨간 조끼'(gilet rouge) 운동이 확산 중이다.

이집트 정부는 특히 아랍의 봄 기념일(1월 25일)을 앞두고 대규모 시위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이집트에서는 기념일 당일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정부 진압 과정에서 수십 명이 죽거나 부상당했다. 정부는 노란 조끼 판매 금지 조치를 내년 1월 말까지 유지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이집트에서는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이 일면서 30년간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 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뒤 민주화 세력 및 무슬림형제단 등 반대 진영을 억압해왔다. 지난 2014년 집권한 압델 파타 델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군부 출신이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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