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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화웨이 부회장 체포에…‘캐나다 구스’, 中서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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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패딩으로 유명한 캐나다 의류업체 ‘캐나다 구스’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 사건에 불만을 품은 중국 소비자들이 전례없는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어서다.

멍 부회장은 지난 1일(현지 시각) 유령 자회사를 통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이후 10여일간 구금됐던 멍 부회장은 11일 전자발찌를 차는 등 보석 조건으로 풀려나 자택에서 머물고 있지만, 중국 민심은 ‘체포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들끓고 있다.

캐나다 구스가 타격을 입기 시작한 건 멍 부회장의 체포가 알려진 지난 5일부터다. 11일까지 닷새동안 주가가 20% 가까이 폭락했다. 캐나다 구스 주가는 뉴욕 증권시장에서 지난 4일 주당 63.38달러에 거래되다가 주말부터 본격 하락세에 들어서기 시작, 11일 55.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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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5일 개업 예정인 ‘캐나다 구스’의 중국 내 첫 번째 플래그십 매장. /글로벌타임스


중국 유력 소셜미디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타고 퍼져 나간 캐나다 브랜드 불매운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 내 캐나다 브랜드 불매운동은 중국 관영 환구시보, 글로벌타임스 등의 보도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 유통솔루션업체 ‘리테일 어드바이저 네트웍스(RAN)’의 브루스 윈더 공동창업자는 캐나다 구스가 듣기만 해도 누구나 캐나다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브랜드명 때문에 쉽게 타깃이 됐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 럭셔리제품연구소의 쩡밍유에 연구원은 "원래 높은 부가가치를 지니고 국가의 문화적 배경을 나타내는 고급 브랜드는 정치적 또는 문화적 마찰이 일어나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캐나다 구스가 최근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주목받은 것도 한 이유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 유명 인사들이 캐나다 구스를 입으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다. 캐나다 구스는 중국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베이징과 홍콩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상하이에 중국 법인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중국 사업 확장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대니 리스 캐나다 구스 최고경영자(CEO)는 멍 부회장이 체포되기 직전인 지난달 30일 베이징을 방문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에서 확실히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다"며 캐나다 구스의 전 세계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10%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캐나다 구스가 주춤하면서 중국 의류업체들은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 특히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패딩 전문업체 보스덩(波司登)의 주가는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12.5% 가량 뛰었다. 홍콩 증시 상장사인 이 업체의 11일 주가는 1.62홍콩달러로, 최근 5년 간 최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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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나 업무 만찬을 하고 있다. /신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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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미국으로 향했어야 할 분노가 엉뚱하게 캐나다로 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 경찰이 멍 부회장을 체포한 것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무역분쟁 휴전을 선언한 뒤, 미국에는 유화책을 구사하는 반면 캐나다에는 강공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90일 간의 무역협상 기간을 갖게 된 상황에서 화웨이 사태를 문제 삼아봤자 득이 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은 산업 스파이 등 해킹 문제를 거듭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멍 부회장의 체포 직후 캐나다 외교관 출신인 마이클 코프릭을 구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기생-자크 전 중국 주재 캐나다 대사는 코프릭의 억류는 우연이 아니라며 "중국은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면 메시지를 보낸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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