뵈브클리코 비즈니스 우먼賞 받은 화장품 회사 '클리오' 한현옥 대표
1993년 창업, 年수출 700억 규모로 "25년간 일과 아이만 보고 살았죠"
14일 화장품 회사 '클리오'의 한현옥(58) 대표가 이렇게 말하자, 프랑스 유명 샴페인 회사 '뵈브 클리코'의 장 마크 갈로(54) 사장이 응수했다. "한 번에 두 걸음 나아갈 수 있다면 한 걸음만 움직여선 안 되는 거죠!"
'클리오'의 한현옥 대표는 이날 국내에선 처음으로 '뵈브 클리코 비즈니스 우먼 어워드'상(賞)을 받았다. 이 상은 뵈브 클리코가 1972년부터 전 세계 여성 기업인 중 혁신적인 업적을 이뤄낸 이들에게 주는 상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15개국의 360여 명이 이 상을 받았다. 뵈브 클리코가 여성 기업인에게 상을 주는 이유는, 이 회사가 근대 최초의 여성 기업인 중 한 명인 마담 클리코 퐁사르당(1777~1866)이 일군 기업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은행 계좌조차 열 수 없었던 1805년 프랑스 출신 마담 클리코 퐁사르당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직접 회사를 운영했다. 최초의 '블렌딩 로제 샴페인'을 개발했고, 전쟁 중에도 전 세계에 제품을 수출했다. '뵈브'는 '미망인'이란 뜻이다.
‘클리오’의 한현옥(왼쪽) 대표가 14일 뵈브 클리코 장 마크 갈로 사장으로부터 상패를 받고 활짝 웃었다. 한 대표 손에 들린 은빛 샴페인 병은 뵈브 클리코가 이날 시상식을 위해 특별 제작한 상패다. /이진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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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옥 대표는 "처음에 내게 '상 주겠다'고 연락이 왔을 때 '나를 어떻게 아시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워킹맘인 저는 모임도 잘 못 나갔고 네트워크도 없어요. 종일 일하다 저녁에 짬 나면 집에 달려가 딸아이와 밥 먹기도 바빴으니까요. 회사와 아이, 둘밖에 몰랐던 25년이었죠."
1993년 33살 나이에 '클리오상사'를 설립해 국내 색조화장품 회사를 시작했다. 초창기엔 해외 생산에 의존했으나 국내 협력업체들과 공동 개발을 시작했고, 20여 년 만에 중국·일본·동남아·미국 등에 연간 700억원가량의 물품을 수출하는 회사로 키워냈다. 올해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는 "어머니가 광장시장에서 옷감을 파셨다. 없는 살림에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 '세금 많이 내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했고 1남6녀를 키우면서 '너희 결혼할 때 예단은 못해줘도 공부만큼은 끝까지 시킨다'고도 했다. 내가 창업하겠다고 했을 때도 '무조건 잘할 거다'고 하셨다. 그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실패도 많았다. 어떨 땐 너무 앞선 제품을 내놔 안 팔렸고, IMF 같은 금융 위기에 휘청거리기도 했다. 한 대표는 "돌아보면 위기가 결국 기회였다"고 했다. 평소 신의를 쌓은 덕에 금융 위기 때도 외국 거래처는 그가 대금을 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줬다. 화장품 전문점이 몰락했을 땐 '올리브영' '왓슨스' 같은 약국형 화장품 매장과 마트에서 판로를 새로 개척했다. 한 대표는 "마담 뵈브 클리코처럼 우리도 담대한 마음으로 위기를 돌파했다"고 했다. 장 마크 갈로 사장이 응답했다. "놀라운 여성, 놀라운 용기, 놀라운 기업!"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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