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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日 찾은 웜비어 부친 "엊그제는 내 아들 24번째 생일, 맞서겠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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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북 인권문제 계몽주간' 정부 행사에 웜비어 가족 참석

"日 납북피해자 가족들과 공감, 北 테러의 피해자"

"아들 죽음 잊지 않기 위해 日 왔다"

중앙일보

15일 일본 정부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왼쪽)과 남동생 오스틴. 윤설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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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은 내 아들 오토 웜비어의 24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일본에 왔습니다"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오토 웜비어(당시 23세)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는 아들의 생일을 언급하며 목이 메이는 듯 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었지만 힘이 있었고 당당했다.

그는 "북한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나는 아들이 죽었을 때 '너를 지키기 위해 맞서겠다'고 약속했다" 면서 "그 일환으로 일본의 납치 피해자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일본에 왔다"고 말했다.

15일 일본 정부 주관으로 열린 ‘북한 인권침해 문제 계몽주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가 참석했다. 웜비어 가족이 일본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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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침해문제 계몽 주간 포스터. 윤설영 특파원




웜비어는 ‘북한 인권침해 피해자 가족들의 호소’ 세션에서 다른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약 5분간 발언을 했다.

아들의 생일로 운을 뗀 그는 “북한은 인질을 잡아두고, 고문을 하고 재판도 없이 처형을 한다”면서 “우리 피해자들은 공포로 마비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 납북피해자 가족들 전원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다. 모두가 북한의 테러행위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일본 정부 납치문제 대책본부’와 법무성이 주최하고 외무성, 문부과학성 등이 후원한 범정부 행사였다. 2005년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상황’과 관련한 결의가 채택된 것을 기념해, 일본 정부는 ‘북한 인권침해 문제 계몽 주간’을 제정해 매년 심포지엄을 열어왔다.

토요일 오후에 열린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납치 피해자(실종자 포함) 가족과 관련 단체 관계자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내 500석 규모의 좌석은 피해자 가족들로 가득 찾고, 별도의 장소에 마련된 영상 관람석에도 100명 넘는 참석자들이 자리를 메웠다.

행사장 앞에는 '북한 인권침해 계몽 주간'을 맞아 열린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한 고등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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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정부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한 오토 웜비어 부친 프레드 웜비어의 기자회견에 일본 언론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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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에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를 초청한 것은 일본 정부의 역점작이었다. 2004년 중국에서 실종돼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 데이빗 스네든의 가족도 참석했다.

북한과의 협의에서 뚜렷한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일본은 미국을 통해 북한 측에 납치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동시에 납치피해자 문제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이날 "북한 납치문제는 일본 외에도 30여개국이 관련이 있다"(이이즈카 시게오·납치 피해자 가족연락회 대표)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웜비어는 심포지엄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들의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일본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오토는 야만적인 상황 속에서 방치됐었다”면서 “김씨 일가가 인간에 대해 얼마나 잔인한 일을 했는지 인식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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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도쿄에서 '북한인권침해문제 계몽주간'을 맞아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윤설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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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문제 담당장관 자격으로 참석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는 국제사회 공통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2002년 5명의 납치피해자가 귀국한 이후 지금까지 한 사람도 추가 귀국을 추진하지 못한 것은 통한의 극치”라고 말했다.

또 최근 납북 의심 대학생 관련 결의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한 데 대해 “미국이 납치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데 대해 매우 환영한다”면서 “북한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인 납북피해자의 대표격인 요코타 메구미(1977년 납치 당시 13세)의 동생인 요코타 다쿠야는 "북한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이며 납치, 인질외교를 벌이는 나라"라면서 “북한의 외교 상황은 매우 어려운 이럴 때일수록 일본 정부가 모든 납치자의 일시 귀국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소 외교’를 펼치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김정은 위원장을 인권문제로 더 강력하게 압박해 나갈 수 있도록 행동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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