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보다 세균 침입하기 쉬워
여성 20~50%가 방광염 경험
면역력 떨어지면 발병 위험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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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남성보다 방광염에 취약한 이유는 생식기 구조 때문이다.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는 주머니 같은 기관이다. 방광 아래로는 소변 배출로(요도)가 연결돼 있고 위로는 신장에서 내려오는 요관이 이어져 있다.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 교수는 “여성의 요도는 짧고 입구가 질·항문과 가깝다”며 “외부로부터 세균이 침입하기 쉬워 남성보다 방광염에 더 잘 걸린다”고 말했다. 질·항문 주변의 균이 요도를 따라 방광으로 침입한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피로하면 몸은 신체 내부로 침입한 세균을 적절히 억제하지 못해 방광염이 잘 발병한다. 김 교수는 “중간·기말 고사 때는 대학생 환자가, 명절 후에는 중·장년층 환자가 많아진다”며 “피로·스트레스와 과한 운동, 다이어트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방광염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폐경기 이후에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방광의 방어력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여성호르몬 감소, 변비도 원인
세균을 없애겠다고 질 세정제를 과하게 사용하는 것은 외려 방광염의 원인이 된다. 김 교수는 “세정제를 많이 쓰면 요도 주변의 정상 세균도 박멸하게 돼 오히려 방광염이 생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비도 방광염과 밀접하다.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변비가 있으면 대변의 단위 부피당 세균 밀도가 높아져 방광염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방광염을 일으키는 균주의 90% 이상이 대장균이다. 김 교수는 “방광과 대장 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게 최근 방광염에서의 주요 이슈”라며 “방광염을 치료할 땐 변비 치료를 함께 해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광염은 여성의 20~50%가 한 번 이상 경험할 만큼 흔하다. 급성 방광염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항생제를 며칠 복용하는 것으로 잘 치료된다. 방광염의 주요 증상은 소변을 볼 때 염증에 소변이 닿아 따끔거리고 소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으며, 방금 소변을 봤는데도 또다시 참기 어려워 계속 화장실을 가는 것이다. 소변에서 냄새가 나거나 심한 하복부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간혹 피가 섞여 나오는 현상이 있을 수도 있다.
방광염 증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 소변 검사를 하고 정확한 원인균을 확인한 뒤 이 균에 맞는 항생제를 적절한 기간 사용하면 된다. 김 교수는 “환자 중에 간혹 약국에서 임의로 진통제나 항염·소염제를 구입해 먹으며 버티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통증을 임시방편으로 진정시키는 정도일 뿐 방광염 치료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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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제는 주 2회 이하 사용을
세균이 신장까지 침입하면 신우신염이라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방광염 증상과 함께 옆구리 통증과 발열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김 교수는 “많은 방광염 환자가 응급실을 찾을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가 있다”며 “참기 힘들 땐 망설이지 말고 응급실을 방문하고 그렇지 않다면 가까운 비뇨의학과를 찾아 치료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방광염은 재발하기 쉽다. 환자 4명 중 한 명이 6개월 이내에 재발한다는 보고도 있다. 방광염 발병이나 재발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먼저 소변을 오래 참는 건 좋지 않다. 소변을 보는 것 자체가 방광에 침입한 세균을 씻어내는 방어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성관계 이후 방광염이 잘 생기는 사람이 있다”며 “그럴 땐 관계 후에 소변을 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세정제는 주 2회 이하로 쓰는 걸 권한다. 배변 후에는 닦는 방향을 앞에서 뒤로 해야 항문 쪽 세균이 이동하는 걸 줄일 수 있다. 변비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변비는 다이어트 등으로 밥을 굶거나 운동을 안 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생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과일을 챙겨 먹고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신체 활동량을 늘려 장 운동을 활발히 해야 한다.
방광염 증상이 있을 때는 잘 먹고 잘 쉬고 물을 충분히 마셔 규칙적으로 소변을 보는 게 도움이 된다. 김아람 교수는 “크랜베리 같은 일부 식품이 방광염 예방에 좋다고 하지만 예방 효과를 보려면 수십㎏ 이상 먹어야 한다”며 “방광염 예방은 생활습관 교정과 적절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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