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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이 남자가 바로 클라리넷의 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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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지휘자·연주자들의 러브콜 1순위, 클라리네티스트 오텐자머

'공기 반(半) 소리 반'이란 은유가 마침맞게 떨어지는 연주였다. 지난 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 정기공연(지휘 마르쿠스 슈텐츠)에 함께한 오스트리아 출신 안드레아스 오텐자머(29)는 둥글면서도 촉촉한 클라리넷 소리로 주말 오후 쇼핑몰을 뚫고 올라온 이들의 귀를 포근히 감쌌다.

조선일보

지난 13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안드레아스 오텐자머는 완벽주의자였다. 앞머리 한 올, 옷깃 한 자락 흐트러지는 걸 용납하지 않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되새겼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자족하는게 제일 싫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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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 조명 아래 흑단(黑檀) 클라리넷을 들고 나온 오텐자머는 카를 슈타미츠(1745~1801)의 클라리넷 협주곡 7번을 불었다. 바로크 시대를 갓 벗어났을 때 쓰인 곡이어서 상대적으로 밋밋한 악보 때문에 맥이 빠질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오텐자머는 "악보에 쓰인 것만 하면 지루하다. 내 색깔과 해석을 집어넣어야 재미있어진다"고 설명했던 것처럼 박진감 넘치는 표현으로 청중을 몰입시켰다.

'내가 클라리넷의 신(神) 오텐자머다!' 그의 인스타그램엔 갑옷에 망토를 날리며 이렇게 외치는 사진이 있다. 2년 전 우리나라 팬들이 '천둥의 신' 토르(마블 만화 히어로)에 그의 얼굴을 합성해 선물로 줬다. 손에 망치 대신 클라리넷이 들려 있다. 그는 "신이라니, 말도 안 돼!" 하며 손사래를 쳤지만 2011년 스물둘에 세계 최고(最高) 교향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이 됐다. 지금은 명(名)지휘자들과 동료 연주자들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클라리네티스트다.

아버지가 빈 필하모닉에서 34년간 클라리넷 수석을 지낸 에른스트 오텐자머다. 어머니 세실리아는 빈 국립음대 첼로 교수, 형 다니엘은 현재 빈 필의 클라리넷 수석이다. 세 부자를 가리키는 별명 중 하나가 '빈 클라리넷 왕조'.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열 살 때 첼로를, 열네 살 때 클라리넷을 배웠다. 피아노와 첼로 콩쿠르에서도 우승했지만 동반자로 택한 건 마지막에 접한 클라리넷. 하지만 "악기 연주를 직업으로 삼았다가 클래식 연주자 수요가 없어지면 어떡하지?" 고민이 됐다.

그래서 하버드대에 입학했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학문적으로 해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식 세계에 있는데도 머릿속은 지적이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요. 최고의 음악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향취로 만들어낼 때 가장 아름답고 멋지게 연주되는 거예요."

오텐자머는 "음악을 하면 기쁨과 만족감이 큰데, 피나는 연습을 해야 하니 혹독한 길"이라고 했다. "리허설이 끝나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되새겨 150% 만족할 때까지 반복합니다." 형 다니엘은 19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빈 필·베를린 필 동료 6인과 함께 '필하모닉스' 내한공연을 연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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