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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뉴욕타임스 트래블] 미로같은 뒷골목 `소이`로 가면…진짜 방콕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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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방콕 차이나타운의 비밀스러운 레스토랑, 바하오(Ba H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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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외국인들이 배우는 첫 태국어 중 하나는 '파랑', 즉 '외국인'이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매년 2000만명 넘는 파랑이 절로 몰려들어 태국 수도의 유혹에 빠지고, 방콕을 지구상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로 만들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은 호텔, 식당, 시암스퀘어의 에어컨 빵빵한 대형 쇼핑몰에서 서로 마주친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짜뚜짝시장, 불교 유적지 왓포와 왓아룬에서도 말이다. 다같이 활기 넘치는 수쿰윗로드와 배낭여행자들 천국인 카오산로드의 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떠돈다. 팟퐁과 소이카우보이의 유명한 고고바에 가보는 모험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방콕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새로 지은 숙소가 많다. 새로 생긴 창작 공간과 식당부터 미지의 뒷골목, 아직 관광객이 많지 않은 톤부리 지역에 이르기까지 방콕은 여전히 발견할 게 많은 곳이다.

◆ 금요일 오후 4시, 가장 태국적인 것

"툭툭과 팟타이는 정말 태국적인가?" 최근에 재개장한 시암박물관에 들어서면 벽에 새겨져 있는 이 질문이 당신을 반길 것이다. 태국의 역사, 왕족, 패션, 음식, 불교, 대중문화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 갈수록 몰랐던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그 인물과 물품들이 갑자기 바닥과 벽에서 튀어나오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툭툭은 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와 일본을 통해 태국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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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 연못이 어우러진 왓프라윤(Wat Prayoon) 사원과 톤부리(Thonburi)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전원마을 같은 방콕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데이비드 라마 테라자스 모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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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6시, 신과 괴물

도시의 혼잡함은 인근 메모리얼 브리지(Memorial Bridge) 건너 마을처럼 평온함에 밀려난다. 불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어사츠(Ersatz)산의 왓프라윤(Wat Prayoon) 단지 바위 정원은 동굴, 정자, 거북이, 물고기가 있는 연못 천국이다. 이와 함께 18개의 우뚝 솟은 하얀 작은 종 모양 체디(Chedi)는 거대하면서 단순한 기념물이다. 산타크루즈 교회를 지나 꾸안안껭으로 향하는 좁은 강둑길을 따라가자. 그 너머에는 눈부신 19세기 불교 사원과 왓깔라야나밋(Wat Kalayanamitr) 종탑이 있다. 페리(5바트·약 170원)를 타면 강 건너편으로 금방 돌아갈 수 있다.

◆ 오후 8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가간(Gaggan)은 종종 아시아 최고 음식점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레스토랑이지만 이곳을 방문하지는 마시길. 바로 길을 가로질러 가면 덜 까다롭고, 덜 비싸고, 덜 과장된 것은 물론 막 오픈해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되는 가(Gaa)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보사노바에서 데이비드 보위까지 다양한 음악도 흘러나온다. 이전에 코펜하겐 노마(Noma)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인도 요리사 가리마 아로라의 신선한 음식도 있다. 인도-시암 스타일이 섞인 셀 비스큐(shell bisque)에 인디언 플랫브레드를 곁들인 태국 가재 요리와 하이엔드 보양식(따듯하게 발효시킨 두부 유청과 숯불에 구운 콜리플라워 요리), 고기에 달콤함을 곁들인 요리(치킨 간 파테와 용안 잼을 바른 토스트) 또는 과일 디저트 등 10가지 코스 메뉴(2200바트·약 7만5400원)를 선보인다.

◆ 오후 10시 30분, 중국을 만나다

대부분 여행자들은 차이나타운 하면 길거리 음식과 왓트라이밋에 있는 거대 금불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소이 나나라는 이름의 골목은 새로운 술집들로 가득하다. 바 하오(Ba Hao)라는 바의 붉은 네온과 깜박이는 촛불, 까만 목재 그리고 오피엄(Opium)이라는 이름의 칵테일은 1930년대 상하이 어딘가의 후텁지근한 비밀 아지트를 연상케 한다. 태국의 자존심은 아늑하고 촛불이 켜진 텝 바(Tep Bar)에 가득 번진다. 튀긴 대나무 벌레가 부담스럽다면 허브 리큐어, 라이스 와인 또는 태국식 럼, 생강 시럽과 태국 허브로 만든 검은 젤라틴 큐브가 들어간 니라 팟(Nila Pat) 칵테일을 마시며 태국 전통 음악 공연에 취해보자.

◆ 토요일 오전 10시, 혼잡한 시장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10만9265㎡ 규모의 야외 시장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팔을 부딪쳐가며 쇼핑을 하고 싶은가? 사람 많은 짜뚜짝시장 대신 박물관 같은 빈티지 상품을 모아둔 에어컨 빵빵한 창고형 가게 파파야를 방문하면 어떨까. 오래된 카메라, 제이콥슨 의자, 이발소 삼색기둥, 수술용 램프 등 빈티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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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1시, 생선과 디저트

싸고, 시끄럽고, 소박하고, 하얀 타일이 돋보이는 크루아 압소른(Krua Apsorn)은 뛰어난 전통 음식점 요소를 두루 갖고 있다. 인기는 있지만 다소 과대평가됐다 싶은 요리인 게살 오믈렛 대신 보리멸, 톰얌꿍 같은 매운 해산물 요리를 시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두 명의 점심식사 비용은 700바트(약 2만4000원) 정도. 디저트는 근처 몽트 놈소드(Mont Nomsod) 코코넛 에그 커스터드같이 달콤한 토핑을 뿌린 하얀 토스트(25바트·약 860원)와 옥수수 수프가 유명하다.

◆ 오후 3시, 우체국으로

인터넷 시대에 오래된 우체국은 어떻게 될까? 태국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센터가 들어서 있는 방콕 중앙우체국처럼 되길 바란다. 이 센터는 도서관, 스튜디오, 거대한 전시 공간 외에 트룰리(Truly) 힙스터 스니커즈, 파나 오브젝트(Pana Objects)의 미니멀한 나무시계와 태국산 제품 등을 파는 부티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금만 올라가면 있는 웨어하우스 30(Warehouse 30)은 인디 다큐멘터리 영화, 갤러리 카페, 그리고 스팀펑크 패션부터 빈티지 스테레오 장비에 이르는 모든 것을 파는 가게들이 우리 상상력을 자극한다.

◆ 오후 6시, 달콤한 고문

타이 복싱이나 타이 향신료처럼 태국 마사지는 아픈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방콕 시내 초고층 빌딩 사이에 자리한 작은 목조 건물 루엔 누아드(Ruen Nuad)에서 60분 마사지 세션(350바트·약 1만2000원)을 받아 보라. 마사지사가 당신 몸을 쿡쿡 찌르고, 잡아당기고, 때리다 보면 마치 호신술 클래스의 마네킹 모형이 된 것 같겠지만, 마사지숍을 나갈 때는 가볍고 유연한 몸을 느낄 것이다.

◆ 오후 8시, 자연의 손길

커즌 데 가든(Cuisine de Garden) 메뉴 표지에는 "자연의 놀라운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를 보내며"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작년에 문을 연 이 유리로 된 레스토랑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사이에서 유기농 집합체를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마치 실내 숲과 같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나무 장식과 함께 시작한다. 그리고 4코스 메뉴(1590바트·약 5만4500원)와 다양한 에피타이저로 이어진다. 메뉴는 잎사귀 위에 얹은 나뭇잎 모양 브리오슈, 작은 흰 돌에 얹은 새우-홍합-연어-게 모둠 또는 쌀국수와 쫄깃하고 따듯하고, 바삭하게 씹히는 치킨 요리를 포함한다.

◆ 오후 10시 30분, 비밀스러운 칵테일 바

"마사지? 마사지?" 수쿰윗 뒷골목 퇴폐 바와 미심쩍어 보이는 스파들 가운데를 지나면 고급 칵테일 바가 나타난다. 스리 뜨랏(Sri Trat) 레스토랑 안에는 바텐더가 촘촘히 놓인 가죽의자에 자리한 손님들을 위해 오리앙(O-Liang) 같은 태국식 칵테일을 만드는 동안 프랭크 시나트라 노래가 흐른다.

◆ 일요일 오전 10시, 수로 여행

이 도시의 평온하고 영적인 면은 햇볕 가리개가 달린 나무보트를 타고 톤부리 수로를 따라 지나갈 때 나타난다. 사톤피어 선착장에 위치한 신차이 트래블(Sinchai Travel), 이른바 롱테일 보트 투어 티켓 매표소에서 90분 코스 티켓을 1인당 1500~1800바트(약 5만1400~6만1700원) 사이에 구매 가능하다. 방콕 고층 건물들은 사라지고, 당신은 오래된 나무 운하 가옥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낚시를 하고 두루미가 자맥질하는 풍경과 마주한다. 보트 위에서 꼬치구이를 파는 여자들을 지나쳐 가면 장엄한 절과 거대 불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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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른 예술가 골목 창추이(ChangCh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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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12시 30분, 괴짜 거리에서의 산책

올드맨 커피(Oldman Coffee)에 가려면, 자동차나 택시는 잠시 고가도로에 내려놓길 바란다. 해체된 록히드 여객기 동체 아래를 지나 뚫어뻥 던지기 게임 장소를 거쳐 자갈길을 따라가면 된다. 이어 헬리콥터에서 왼쪽으로 돌아 빅토리안 양식 포토 스튜디오가 보인다. 혹시 당신이 쓰레기차만 한 커다란 금속으로 된 해골까지 간다면, 너무 멀리 간 것이다. 그게 창추이(ChangChui)의 매력이다. 창추이는 사격연습장, 길거리 음식, 빈티지 가게, 예술가들 스튜디오, 야외 바, 콘서트 홀 등을 갖춘 새로운 형식의 테마파크이자 고딕양식 원더랜드이다. 비활성화 상태 어뢰, 폐차된 견인 트럭, 사람 크기 로봇, 해골과 박제된 새가 가득한 전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 어디서 자는 게 좋을까=2017년 말 문을 연 231개 객실을 보유한 란캐스터 방콕(Lancaster Bangkok) 호텔은 헬스, 스파, 레스토랑, 루프톱 수영장, 여러 바를 갖춘 넓고 고급스러운 새 호텔이다. 아니면 12개 도미토리와 9개 프라이빗 객실을 보유한 1920년대 건물 스타일 올드 타운 호스텔(Old Town Hostel)에서 숙소 비용을 절약한 다음 근처 80/20 레스토랑에서 돈을 쓰자.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장식된 이 갤러리 레스토랑은 대담하고, 장난스러우며, 아주 맛있는 퓨전 태국음식을 차려낸다. 더블룸은 800바트(약 2만7400원)부터 시작한다. 떠오르는 차이나타운 바 거리 중심에 위치한 103 베드 앤드 브루스(103 Bed and Brews)는 레트로 가구가 비치된 6개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가격은 1250바트(약 4만2800원)부터 시작한다.

글·사진 세스 셔우드ⓒ 2018 THE NEW YORK TIMES
※뉴욕타임스 트래블 2018년 2월 25일자 기사

[정리 = 소수현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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