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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부산 ‘철의 삼각지’…철도 지하화 추진에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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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선 3개에 둘러싸인 부산 부암동

철도 때문에 생활권·이동권 침해 극심

“방음벽도 안 해줘…하루만 살아보라 그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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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러덩 쿵, 쿨러덩 쿵.”

17일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서면중학교 근처 마을. 굴다리 위로 지나가는 열차 소음에 말소리가 묻혔다. 40여년 동안 이 마을에서 사는 문아무개(78)씨는 “처음 이곳으로 이사했을 때 마을을 관통해 지나가는 열차 소음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한국철도공사에 경부선 철도 방음벽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소음이 기준치 이하라는 답만 들었다. 포기하고 살았지만, 그래도 종종 화가 난다”고 했다. 문씨와 함께 있던 박아무개(77)씨도 “소음, 진동 때문에 괴롭다. 철도공사 쪽에선 기준치 이하라는데, 와서 하루라도 살아보고 그런 소릴 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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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의 롯데호텔에서 직선거리로 500여m 떨어진 이 마을은 ‘철(도)의 삼각지’로 불린다. 북쪽에 부전선(부전~마산), 남동쪽에 폐선된 옛 동해남부선(부산진역~포항), 남서쪽에 경부선(구포~범일역)이 지나면서 삼각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철도 때문에 도심 속 오지가 된 이 마을엔 아직도 800가구 1600여명이 산다. 출입로는 철도 아래로 난 굴다리 3곳과 주택가 골목길 1곳이 전부다. 마을 도로도 너비 5m가 채 되지 않아 차량이 양쪽으로 다니기 어렵다. 이날도 택배 차량이 잠시 정차하자 차량들이 뒤에 줄을 섰다. 주민들은 차량을 피해 걸음을 멈추거나 그 사이를 지나야 했다.

마을에 불이 나면, 소방당국의 대응도 어렵다. 마을 북쪽과 남동쪽 굴다리는 높이가 2m, 남서쪽 굴다리도 높이 3m가량에 불과해 높이가 3.4m인 5톤 소방 펌프차가 마을로 진입할 수 없다. 북서쪽의 주택가 골목길 역시 도로 폭이 4m 남짓인 데다, 전봇대와 전선이 도로 위를 어지럽게 가로질러 소방차 진입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부산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이다. 유일한 통로가 북서쪽 주택가 골목길인데, 이마저도 주정차된 차량이 있으면 들어갈 수 없다. 여의치 않으면 굴다리에서 호스를 연결해 화재 진압에 나설 수밖에 없다. 2년여 전 이 마을 화재 때 애먹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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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민들은 30년 넘게 철도 구간 지하화를 요구해왔다. 부산시는 최근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 사업의 타당성 조사에 필요한 정부 예산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시는 땅 위에 있는 경부선 구포~사상~부산진 16.5㎞ 철도 구간을 구포~백양산~부산진 13.1㎞ 구간으로 변경해 지하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화는 가야~부산진(1단계·4.3㎞) 구간과 구포~가야(2단계·8.8㎞) 구간으로 나눠 추진하는데, 기초 타당성 용역 뒤 2022년까지 기본계획 수립과 설계를 마치고 2023년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철로가 지나던 지상에는 생태공원과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요량이다. 주민 김아무개(67)씨는 “철도 때문에 마을이 단절되고, 주민 이동권과 생활권이 침해받았다. 지난 30여년 동안 나 몰라라 하더니, 이제 시가 지하화에 나선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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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북강서갑) 의원은 지난 13일 철도 지하화를 위한 여·야·정 태스크포스 구성을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에 제안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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