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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4차 산업혁명에 부응 계열별 통합선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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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인터뷰

신입생 1년간 충분한 모색 시간

전공탐색 교과목 등으로 준비

희망 학과 선택 100% 보장

최초 합격생 상위 50%에

4년 전액 장학금 지급

4차 산업혁명은 ‘여성의 시대’

“똑똑한 여성은 여대로 와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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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 가운데 하나다. 대학원생을 포함해 전체 구성원 수가 약 2만5000명이다. 이 정도면 전 세계적으로 여자대학 가운데 최상위권 규모다. ‘이화’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이화여대는 한국 사회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화여대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주요 대학 최초로 계열별 통합선발을 도입한 것이다. 모집 단위 구분 없이 자연계와 인문계, 이렇게 계열별로만 선발한다. 신입생들은 고등학교 때 문과였는지 이과였는지 상관없이 대학 1년을 보내면서 충분한 모색의 시간을 갖고 이후 희망하는 학과(전공)을 선택한다. 통합선발 학생은 지난 2018학년도는 389명, 2019학년도는 382명이다. 전체 모집 인원의 12% 정도다.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4일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을 만나봤다.

“요즘 각 분야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 교육 기관과 시스템의 등장으로 지식의 생산과 소비는 이제 대학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학은 이제 직접 사람이 만나서 상호 교류하고 서로를 계발하는 장을 제공해야 한다.” 김 총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김 총장은 지난 2017년 5월 취임했다. 그는 이화여대 최초로 교수·학생·직원·동창 등 학교 4주체가 참여한 직선제 총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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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개개인에 최적화된 진로 설계”

-정시모집 통합선발을 도입한 이유와 운용 과정을 설명해달라.

“4차 산업혁명시대는 문이과 지식 통합, 융복합 학문이 중시된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통합선발을 도입했다. 통합선발된 학생들은 우리학교에 입학해 첫 1년 동안 충분한 모색의 시간을 갖는다. 이들에게는 문이과 구분이나 인원수, 학점 제한 없이 인문·사회·자연·공학·신산업융합·스크랜튼 등 7개 단과대 41개 전공 중 자신이 원하는 전공 선택을 100% 보장한다.”

-학생 개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통합선발의 장점은 무엇인가?

“1년간 전공 관련 자기탐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통합선발은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진로 설계를 제공해,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시도다. 또 학생 개개인의 관심을 전문적인 학문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체험이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1년간의 모색 기간은 대학 입학 때까지 숨 쉴 새 없이 달려온 학생들에게 생각할 틈을 줄 듯하다.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까지 틀에 박힌 생활만 한다. 그러니 대학에 와서야 비로소 사춘기를 겪게 된다는 소리가 나온다. 깊은 생각 없이 자기 점수에 맞춰 전공을 정하기보다 1년간의 ‘완충지대’를 갖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통합선발 된 학생들에게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등록금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초 합격자 상위 50%에게 4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또 입학생 전원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 기숙사는 2016년 신축된 첨단 시설로 주요 대학의 서울 지역 내 기숙사 가운데 수용률 2위다.”

-문이과 통합이나 융복합 지식은 자연과학 쪽에서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부 인문학자들은 자연과학에 인문학이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판적으로 보기도 하는데…

“학문 세분화는 19세기 이후 벌어진 일이다. 요즘 학문이 너무 전문화되다보니 같은 물리학자라 해도 전공 분야가 다르면 서로 의사소통이 힘들 정도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통합적으로 볼 때 하나다. 또 서로 다른 지식을 융합하면서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상당히 크다. 융합적인 사고를 하는 학생들을 길러내는 게 중요하다.”

-김 총장께서는 철학을 전공한 걸로 알고 있는데 넓게 보는 듯하다.

“철학에서 ‘자아’와 ‘자기의식’은 최고 핵심 문제로 그 본성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두뇌과학자들도 뇌를 연구하다가 최종적으로 ‘자아’나 ‘자기의식’ 문제를 거론한다. 이처럼 문과와 이과 지식은 궁극적으로 통한다.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이란 자연·인문·예술·사회까지 포괄하는 통합 지식이다.”

-통합선발이 올해로 2년째인데 성공적이라고 보는가?

“학생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평가한다. 학생들은 특히 기숙사 입사 기회 보장, 분반·모둠 구성을 하고 멘토 선배들을 배정받는 것, 통합 선발된 학생들 간의 교류 등을 정시 통합선발의 장점으로 꼽았다.”

-통합선발 된 학생들은 어떤 교육을 받게 되는가?

“학생들은 전공을 정하기 전까지 ‘호크마 교양대학’에 배정돼 교육을 받는다. (호크마는 지혜를 뜻하는 히브리어) 입학 첫 학기 전공 설명회를 하고 2학기에는 전공박람회를 개최한다. 또 7개 단과대별로 전공탐색 교과목이 개설되고 지도교수가 별도 배정된다.”

-문과 출신 학생인데 자연계 전공을 선택할 경우 잘 적응하는가?

“대학에 입학한 20살이면 아직 두뇌가 굳어 있지 않다. 문과 출신이라 하더라도 자연과학에 대한 충실한 교육을 받으면 잘 따라갈 수 있다. 문이과 지식 통합은 학생들이 접근하기 불가능한 게 아니다. 계단 하나를 한번에 올라가려면 많은 힘이 들지만, 그 사이 디딤돌을 놓아주면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우리 학교는 문과 학생들에게 디딤돌을 만들어주는 이공계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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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공감 능력 미래 시대에 맞아”

-융합 교육을 위해서는 그만한 연구 성과와 시설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2016년 신산업융합대학 설립, 2017년 엘텍공과대학 개편 등을 했다. 우리 학교 4개 연구소는 올해 선도연구센터(MRC) 및 중점연구소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이대 교수 3명은 2018년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에 선정됐다. ‘라이덴랭킹’ 인용빈도 상위 10% 이내 논문 비율에서도 5년 연속 국내 종합 대학 1위다.” (‘라이덴랭킹’은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이 세계 각 대학이 발표하는 논문을 기준으로 평가한 대학순위)

-일부 여자대학이 남녀공학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이화여대는?

“남녀공학으로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여성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여성의 시대’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1차 산업혁명부터 3차 산업혁명까지는 증기기관, 항공기, 반도체 등 하드웨어적 측면의 발전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의 발전으로 예상된다. 한데 여성의 뇌는 남성보다 훨씬 융통성이 있고 외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 그동안 인간의 이성만 강조했다면 앞으로는 감성이 중시된다. 여성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감성적 측면이 발달했다.”

-이화여대는 13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여대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 대학은 지난 132년간 각 분야에서 최초와 최고의 역사를 쓴 동문들의 숫자가 아주 많다. 여대는 여성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므로 똑똑한 여성일수록 여대로 와야 200%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태경 <함께하는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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