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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차이나 인사이트] “중국 개혁·개방 40년 쉬운 건 다했다…어려운 것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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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 밑바탕 40년 고도성장

중화부흥 내걸고 미·중 패권각축

경제성과 불구 정치개혁은 역주행

시진핑 3연임 등 권위주의 짙어져

펜스 “하나의 중국 존중하지만

대만의 민주주의가 더 나은 길”

‘중화 부흥의 개혁·개방’은 성공할 것인가

중앙일보

지난 14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성균중국연구소와 중국공공외교협회가 주최한 ‘개혁?개방 40년 평가와 전망’ 국제학술회의에서 김시중 서강대 교수(오른쪽)가 주제 발표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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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12월 18일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개혁·개방을 천명했다. 40주년 풍경은 을씨년스럽다. 미·중 무역전쟁의 긴장감은 새로운 분쟁의 불씨들을 토해내고 있다. 중국은 과연 그들이 꿈꾸는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을 실현할 수 있을까. 이는 지난 14일 성균중국연구소(소장 이희옥 교수)와 중국공공외교협회가 주최한 ‘개혁·개방 40년 평가와 전망’ 세미나의 주제였다.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를 바탕으로 중국의 내일을 진단한다.

개혁·개방의 성과는 눈부셨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78년에 비해 56.6배로 뛰었다. 1억67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고를 지난해 3조1399억까지 늘렸다.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을 빼고 가장 많은 달러 보유국이다. 성과의 밑바탕은 세계 경제와 접목한 개방 노선이었다.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전략이 주효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국력 향상에 매진하고 불필요한 대외문제에 자원 낭비를 줄여나가기 위한 도광양회적 스탠스를 합리적 행위로 간주했다. 덕택에 중국은 조용히 경제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 결과가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이다.

천안문 사태 이후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중국을 통합시키면 중국이 정상적인 자유시장경제, 민주주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치주의 국가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관여 정책을 썼다. 중국 경제가 급진적으로 도약한 계기가 된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이 정책의 후광 덕이다. 영토를 점령하던 옛 제국주의 국가들과 달리 ‘자비로운 패권(benevolent hegemony)’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전파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미국의 외교적 신념이 낙관론적 접근법의 배경이 됐다. 결과는 어땠을까. 전성흥 서강대 교수는 “40년간 중국의 의미 있는 정치개혁 시도는 자오쯔양(趙紫陽)의 당정분리 구상과 장쩌민(江澤民)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習近平) 주석으로 넘어오는 제도적 권력 승계가 전부였다”며 “미국의 기대와 달리 정치개혁은 역주행했다”고 평가했다.

지금 중국을 보는 서방의 시각은 지극히 복잡하다.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 위기 이후 중국이 ‘공세적 부상(중국인들은 이를 ‘굴기’라고 표현한다)’의 면모를 드러내자 ‘도광양회=합리적 행위’라던 스탠스에서 한 발 물러서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지금 세계는 중국이 힘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지 궁금해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세계와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속내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아 혼선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종의 과도기적 적응기를 거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진핑 주석의 선택은 도광양회가 아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다. 목표선은 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까지 1인당 GDP 1만 달러선을 넘어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사회를 달성하고 건국 100주년인 2049년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반열에 들겠다는 것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가는 문턱에서 딜레마에 빠졌다”며 “중국의 부상은 필연적으로 패권국의 견제와 인접국의 위협 우려가 따르는데 국내 정치 수요에 부응하면서 이 두 문제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묵직한 과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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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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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관세 문제가 아니다. 시 주석은 버티면 미국에서 먼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에 제동을 걸 때가 됐다는 초당적 공감대가 미국의 학계·재계·금융계·주류 언론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의사결정권자가 바뀐다고 정책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결정적 변곡점은 지난 1월 3연임 불가를 규정한 중국의 헌법 개정이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공세적 부상의 진의를 둘러싸고 심증만 무성했다”며 “이번 개헌으로 장기집권 길로 들어서는 게 확실해진 이상 관여에서 봉쇄로 정책 방향을 돌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가 발전하면 민주주의도 개화할 것이란 기대를 접고 반격을 도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힘에 의한 평화’는 자비로운 패권을 대체하는 개념이다. 관세부터 시작해 첨단기술·환율·금융을 비롯해 지정학 이슈로 확전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하지만, 대만의 민주주의 수호는 중국인에게 더 나은 길을 보여준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지난 10월 허드슨연구소 연설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은 과연 미국이 걱정해야 할만큼 ‘위협적 강국’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미국이 버티고 있는 외부적 요인 외에도 내부적으로 변수가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경제가 그렇다. 개혁·개방 40년의 성과는 인구와 노동력 대국의 잠재력을 극대화한 데서 비롯됐다. 중국 경제전문가 미 피츠버그대 토마스 로스키 교수는 저서 『중국의 거대한 경제 전환』에서 농업 분야에서 비농업 분야로, 국유 사이드에서 비국유 부문으로 인구 이동(mobility)제한을 크게 완화한 게 고도성장의 핵심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자본의 이동에 대한 개혁·개방은 지극히 방어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시중 서강대 교수는 “지난 40년간 개혁·개방 여정에서 쉬운 것은 다 했다. 이제는 어려운 것만 남았다”며 "점진적 미세 조정을 통해서는 지속발전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대 허우웨이리(侯偉麗) 교수는 “빈곤탈출이라는 혁혁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공재, 공공서비스가 부족하고 여전히 도농격차가 크다”고 포스트 개혁·개방 40년 시대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중진국 함정이라는 시험대를 목전에 두고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해 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새로운 시대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벌이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에게 여전히 난제다. 주요 전장은 단순히 관세를 넘어 5G 통신장비에서부터 AI칩·초고성능 반도체 등 차세대 첨단 기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각축의 관건은 미국이 얼마나 끈질기게 기술 단속을 잘 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이 미국의 집중 견제를 뚫고 자금과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신기술 자급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국의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을 차단하는 것이다. 전선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2050년 미국을 능가하는 현대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중국의 꿈은 또 다른 시험에 들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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