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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World & Now] 美·中 무역전쟁의 첫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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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일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부회장)이자 창업주 런정페이 회장의 맏딸인 멍완저우를 미국 요청에 따라 캐나다 경찰이 전격 체포한 사건은 미국과 중국,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서방 세계에서 '화웨이'로 대표되는 정부·민간 일체 비즈니스에 대한 의심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으며 거꾸로 중국의 미국에 대한 반감도 커져 가고 있다. 멍의 체포는 이번 미·중 전쟁이 단기에 끝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기에 훗날 2018년 미·중 전쟁의 역사를 다룬 책이 나온다면 갈등이 표면화된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실 미·중 전쟁은 워싱턴DC나 베이징보다 실리콘밸리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다 미국의 역풍을 맞은 '중국 제조 2025(2025년 제조 초강대국이면서 기술 자급자족 달성)'와 '천인계획(중국이 세계적 수준의 인재 1000명을 영입한다는 내용)'의 핵심 타깃은 실리콘밸리였기 때문이다.

실제 실리콘밸리엔 자본뿐만 아니라 거대 테크기업, 자동차기업, 중국계 반도체 회사, 인재 등이 포진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었다. 원래 중국계 이민이 많은 지역(미국 최대 차이나타운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다)이었는데 최근 5~7년 사이 고급 인재와 대자본이 집중적으로 몰렸다.

실리콘밸리 현지에서는 멍의 체포와 같은 날 벌어진 장서우청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교수(디지털 호라이즌캐피털 대표)의 자살이 더 큰 관심을 모았다. 미·중 양국에서 '슈퍼인재'로 평가를 받던 촉망받는 학자가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미국 정부에 의해 기술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장 교수의 가족은 서둘러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장 교수는 양자물리학의 대가로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촉망받는 학자였다. 또 중국 '천인계획'의 대표적 인사. 즉,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재의 대표였다. 중국 정부 차원의 관심과 자본을 등에 업고 2013년엔 단화캐피털(이후 디지털호라이즌캐피털로 변경)을 설립했으며 스스로 대표가 돼 113개에 달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그는 귀화한 미국 시민이었지만 중국 정권과 긴밀히 접촉을 유지했다. 장 교수가 설립한 회사에 화웨이도 투자하는 등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그가 갑작스럽게 자살을 선택한 이후 실리콘밸리 내 중국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배후'에 대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가 죽은 이후 장 교수의 행적이 드러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에 다니는 중국인들을 본국으로 유치하는 역할을 했다고 하며 그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은 중국에 사무실을 내야 하고 지식재산권(IP) 등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미·중 무역전쟁' 역사서에서 장 교수는 첫 희생자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쟁은 '무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jac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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