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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필동정담] 탕롱(昇龍)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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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송꼬이강 안쪽을 뜻하는 '하내(河內)'의 현지 발음이다. 물이 많고 기가 범상치 않아 용이 오르는 곳이다. 1000여 년 전 왕조 시대부터 정치·행정 중심지로 지정되며 붙은 '탕롱(昇龍)'은 지금도 하노이의 별칭으로 쓰인다. 인근 할롱(下龍)베이는 그 용이 외세 침략을 막으러 내려왔던 곳이라 한다. 용의 입에서 뿜어진 보석이 기암괴석으로 변해 관광 명소가 됐다.

요즘 베트남은 그야말로 탕롱이다. 1인당 국민소득 2500달러의 동남아 개도국으로 치부하기엔 열정이 너무 뜨겁다. 1억 인구의 평균연령이 29세인 젊은 나라이자 경제도 매년 7%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근면하고 총명할뿐더러 뭐든 할 수 있다는 캔두스피릿(Can-do Spirit)이 넘친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한국의 1980년대를 빼닮은 모습이다.

더 중요한 건 그 열정 한가운데 '코리아'가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주말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스즈키컵 우승을 일궈낸 건 여러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삼성전자 혼자 베트남 수출의 25%를 담당하는 것을 비롯해 70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 한두 달 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SK 최태원, 한화 김승연, 롯데 신동빈 회장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하노이 최고층 건물은 경남 랜드마크72와 롯데타워가 1, 2위다. 한류 문화를 즐기고 한국어를 배우는 일은 베트남 젊은이들의 취미를 넘어 생활로 번져가고 있다.

물론 모든 게 좋기만 한 건 아니다. 현지에서 느껴지는 문제점도 수없이 많다. 공산당 치하의 권위주의와 부정부패, 대도시 환경오염, 무질서한 교통 문화, 터무니없는 부동산과 자동차 값 등등. 하지만 이런 현상을 고성장기의 불가피한 부작용이라고 이해한다면 베트남은 분명 떠오르는 용이다. 중국처럼 거드름을 피우며 황사, 미세먼지로 이웃에 폐나 끼치는 불편한 공룡과는 다르다.

올해 들어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수도 이미 2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이 어글리코리안 행세로 국민 감정을 상하게 하지만 않는다면 지구상에 둘도 없는 파트너가 될 잠재력이 크다. 좋은 외교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정책이 뒷받침됐으면 한다.

[이동주 비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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