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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할머니 구한 스리랑카인에 영주권 “그 상황 다시 와도 불길 속 뛰어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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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폐 손상, 아직 병원 다녀

중앙일보

지난해 2월 경북 군위군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독거 할머니를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주권을 획득하게 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니말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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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너무 사랑해요. 한국 사람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불길이 번진 집으로 뛰어들어가 90세 할머니를 구한 스리랑카 근로자 니말 시리 반다라(39)는 최근 법무부에서 영주권을 받은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애타게 기다리던 순간의 기쁨을 한국에 돌렸다. 2013년 한국에 근로자로 왔다가 2016년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경북 군위군의 농장에서 일 하던 중 할머니를 구했다.

머리·얼굴·손·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었고 연기를 많이 마셔 폐가 손상됐다. 보건복지부가 의상자(義傷者)로 선정했고, LG그룹이 의인으로 선정했다. 의로운 행동이 알려지면서 의료비자를 임시로 받아 몇 차례 연장해 오다 18일 영주권을 받게 됐다.

지난 16일 저녁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 한국말 실력이 지난해 6월보다 많이 늘어 기본적인 소통은 가능했다. 지난해에는 통역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그는 대구시 달서구의 스리랑카 사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휴대전화 너머로 지하철 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경산시에 혼자 산다고 한다. 사원에 왜 가느냐고 물었다. “감사의 기도를 하러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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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말씨가 복지부에서 받은 의상자 증서. [연합뉴스]




Q : 누구한테 감사하느냐.



A : “변호사님, 변호사 사무장님, 신문기자님, 소방서, 출입국관리소, LG에게 감사하다. 이름은 모르지만 기도하면서 감사드리려고 한다.”




Q : 영주권 받으면 뭐할 거냐.



A : “스리랑카에 갔다 올 거다. 아버지(71) 폐가 많이 나빠져 숨이 차서 걷지 못한다. 아버지가 나를 보고 싶어한다. 아버지 보는 게 급하다. 1년 3개월 만에 스리랑카로 간다.”




Q : 갔다 와서 뭘 할 건가.



A : “요새 농장 일이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일을 못 한다.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Q : 지난해 같은 화재 상황이면 어떻게 할 건가.



A : “지금도 똑같이 할 수 있다(불 속으로 뛰어든다는 뜻). 지금 사람이 위험하면 할 수 있다. 언제든지 들어갈 거다.”




Q : 지금 건강상태는 어떤가.



A : “화상은 다 나았다. 폐는 안 좋다. 날씨가 추우면 조금조금 기침이 난다. 다음 주에 병원에 진료받고 약 타러 간다.”


니말은 스리랑카에 아버지(71)·어머니(63)·아내(33)·딸(12)·아들(7)이 있다. 아버지는 폐질환이 심하다. 어머니는 석 달 전 간암수술을 했다. 너무 가난하고 거기에서의 수입으로는 도저히 부모님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다. 2013년 9월 일반기술비자(E-9)로 한국에 와서 인천·대구의 화학공장에서 일하다 2016년 9월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된 뒤 군위군 농장에서 일했다. 니말은 번 돈의 대부분을 고향으로 보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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