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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지친 삶을 어루만진다'…전북대 교정에 '위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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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창 전북대생 3명이 교내 폐 공중전화 부스 개조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너는 그럴 자격 있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사랑해."

"당신이 어느 길을 걷더라도 응원하겠습니다. 후진 없이 직진만, 인생은 생기발랄하게."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에요. 보통의 존재로 충분히 행복할 것."

전북대학교에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위로의 방'이 설치돼 학생들이 팍팍한 삶에서 작은 위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대 '위로의 방'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최근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북대학교 제1학생회관 주변에 '위로의 방'이 설치돼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전북대생들이 만든 '위로의 방'에는 의자와 함께 학생들이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메시지를 적은 노트(오른쪽)가 비치돼 있다. 2018.12.18 sollenso@yna.co.kr (끝)



전북대 국어교육과 신선(23)씨와 무역학과 온현규(23)씨, 한국음악학과 김승후(23)씨는 지난 10일 전북대 제1학생회관 근처에 '위로의 방'을 설치했다.

폐 공중전화 부스를 개조한 '위로의 방'에는 작은 의자와 함께 노트, 볼펜 한 자루가 놓여 있다.

노트에는 학생들의 고민과 위로 등이 담긴 메시지가 빼곡히 적혀 있다.

취업에 꼭 성공할 수 있게 해달라거나, 연인과 이별해서 위로해달라는 글들부터 현재를 담보로 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글까지.

자신에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와 격려를 남기는 말들로 가득하다.

노트란 아날로그 소통 방식을 사용해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쓰담쓰담하고 있다.

신씨는 "우리들 삶이 스마트폰에 갇혀 있는데 작은 위로의 한 마디가 누군가를 살리고 위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아이디어를 냈다"며 "가장 근원적인 나로서 존재하려면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해 공중전화 부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주 해성고 동창인 이들은 경기도 양평에서 16만원을 주고 폐기용 공중전화부스를 사오는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았다.

내부 등을 꾸미는데 총 35만원가량이 들었다. 학생으로서 적지 않은 돈이었다.

이들은 세상에 뜻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위로와 치유의 힘을 믿기에 '거금'을 투자했다고 한다.

신씨는 "주위의 반응이 좋아 시즌제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내년 봄에는 '설렘'을 테마로 힐링 공간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위로의 방'은 오는 21일까지 전시된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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