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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北 예비 창업자들, 성공사례 폭발적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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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북측 예비 사업가들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실제 창업 사례와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궁금해합니다."

북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육성을 위해 설립한 조선익스체인지(Choson Exchange) 이언 베넷(Ian Bennett) 프로그램 매니저는 이같이 말했다. 조선익스체인지는 2010년 설립한 싱가포르 소재 비영리단체로 주로 북측 예비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교육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베넷 매니저는 "북측 주민을 2600명 이상 교육했고 2010년부터 현재까지 100명 넘는 주민을 외국에 파견해 교육했다"면서 "조선익스체인지에서도 2010년부터 현재까지 교육 등을 진행하는 봉사자 100명 이상이 북한에 들어가 창업 교육을 했다"고 소개했다.

영국 웨일스 카디프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조선익스체인지에 몸담으면서 북측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을 하고 있다. 10년 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그는 그곳에서 투어 가이드로 일하는 등 현재까지 16차례 북한을 찾은 경험이 있다.

지난달에는 은정첨단기술개발구 내에서 '평성 스타트업 페스티벌' 사업을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다. 은정첨단기술개발구는 북측이 첨단기술개발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4년 7월부터 조성한 첨단 정보기술(IT) 산업단지다. 평양·평성 등 대도시와 인접해 있고 국가과학원이 위치해 과학·기술 인재가 풍부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북한은 이곳을 정보기술, 바이오, 산업설비, 경공업, 무역 등 전문 분야로 특화했다. 당시 행사에는 평양에서 140명이 참석했고 미국 페이스북 제품 매니저가 교육을 하기도 했다.

베넷 매니저는 북한 예비 창업가들이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업 아이템 순위를 매길 때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을 잘했는지도 함께 평가한다"면서 "아이디어를 글로 작성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말로 홍보하는 것은 어려워해 이를 유심히 봤다"고 귀띔했다.

그는 몇몇 스타트업 성공 사례도 소개했다. 전력선에 과도한 전압·전류가 흘러 가전기기가 망가지는 것을 막아주는 서지 프로텍터(Surge Protector) 개발자인 한 북한 사업가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6년 조선익스체인지 워크숍을 통해 아이디어를 내놓고 초기 시제품을 만들어 피드백을 거친 후 지난해 6월 제품으로 내놨다. 제품 가격은 12달러.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으며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넷 매니저는 "지난달 북한에 갔을 때 만났는데 초기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고 수익을 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경쟁사 가격과 비교하면서 제품을 모니터링하는 등 발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강 차를 판매하는 또 다른 북한 사업가는 제품 품질에는 자신 있었지만 기존 비즈니스 모델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베넷 매니저는 "마케팅·브랜딩 전문가를 초청해 마케팅·브랜딩 전략을 다시 수립했다"면서 "고급 제품인지 기본 제품인지 분명하지 않았는데 이후 고객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고급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동절기 판매를 위해 피망을 진공포장하겠다는 이에게는 △1인 가구 △2~3인 가구 △5인 가구 △대형 식당으로 타깃층을 세분화해 중량을 달리한 피망 판매 계획을 수립하게 했다. 계절별 수요와 손익분기점에 대해서도 따져보도록 했다.

이 밖에 △버섯 성분 건강 보조제 캡슐 △부모와 자녀가 공유하는 모바일 숙제 캘린더 앱 △고려인삼 피부 크림 등 사업 아이템이 다양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서도 영역에 따라 지식 수준이나 이해도 격차가 크다"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는 기초 지식이 없는 사례도 있다. 일례가 지식재산권 같은 영역이고 재원 조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남측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데도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제재 완화 이후 개성공단이 남북 스타트업 협력을 위한 최적지로 떠오르는 등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또한 평양 내에 창업가들을 위해 사무공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등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베넷 매니저는 "현재 평양에 있는 용지 몇 군데를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은 초기 단계"라며 "인큐베이터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해 향후 30개 스타트업을 만들고 기업가 500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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