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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수능 끝난 고3 어쩌나'…강릉 펜션 참변에 다시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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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후 50일간 '시간 때우기'…일부 학교, 체험학습 '종용'도

수능일 늦추자는 주장 나오지만 대학전형 어려움에 실현 가능성 작아

연합뉴스

수능마친 고 3학생 강릉 펜션 사고 원인은?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18일 경찰 관계자 등이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 10명이 사고를 당한 강원 강릉시의 한 펜션 앞에서 사고 조사 등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12.18 dmz@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대학입시를 마친 고등학교 3학년 10명이 체험학습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수능 후 고3'을 위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 나온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참변을 당한 학생들이 다닌 서울 대성고는 이번 주를 3학년 대상 '교외체험활동 주간'으로 운영 중이었다. 체험학습을 신청한 학생은 체험학습을 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 오전수업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은 학교에서 말 그대로 할 일이 없다.

강릉 펜션사고 "인재 가능성" 보일러 배관 비정상 연결 / 연합뉴스 (Yonhapnews)


수시모집 전형은 대체로 11월 말부터 12월 초 사이 끝난다. 정시모집은 예체능계를 빼고는 논술 등 학교별 고사가 없어 따로 준비할 것이 없다.

이 시기 고3에게 학교는 '잠시 들렀다 가는 귀찮은 곳'이나 '잠자는 곳'으로 여겨지기에 십상이다.

교사들도 12년간 준비한 대입을 마친 학생들에게 또 공부를 강요할 수는 없어 '사고만 없기'를 바라며 최소한의 지도·관리만 한다.

일부 학교는 체험·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1학년과 2학년 학사일정을 진행하면서 3학년까지 챙기기 쉽지 않다 보니 부실한 프로그램이 많다.

최근에는 한 고교에서 여학생 대상 패션·메이크업·다이어트 강의를 진행하려 했다가 같은 학교법인 소속 남학교에서는 역사·문화·체육프로그램이 계획됐다는 점과 비교돼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고교 3학년 학생들은 입시가 끝난 후 '체험학습'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학교장이 허가한 체험학습은 출석으로 인정되는 만큼 이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학교를 빠지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지침을 보면 체험학습은 '교육적 효과를 나타내는 활동'이어야 한다. 그러나 친척방문 등 가족행사 참석목적도 허용되며 뚜렷한 목적이 없는 단순 여행 성격의 체험학습을 용인하는 학교들도 있다.

체험학습은 학생·보호자가 자율적으로 신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신청하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감은 "대부분 학교가 수능이 끝난 뒤 3학년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체험학습을 신청하게 한다"면서 "학생들을 학교에 나오게 하고 싶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교육부, 상황점검반 운영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박백범 차관(가운데) 주재로 강릉 펜션 사고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8.12.18 cityboy@yna.co.kr



'대입이 끝난 고 3교실' 문제는 몇 해째 반복되는 문제다. 당국도 수능 후 기간을 '학사운영 취약기간'으로 지정하고 매년 나름대로 대책을 내놓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학교현장에서는 수능일이 '11월 셋째 주 수요일'에서 '11월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목요일'로 다소 앞당겨지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지적한다.

대성고의 경우 겨울방학 시작일이 내년 1월 5일이어서 이 학교 3학년생들은 지난달 15일 수능 이후 50여일간 학교에서 별로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능을 12월 초로 옮기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11월 말에 마지막 기말고사를 본 뒤 12월 초 수능을 치르고, 12월 말 내신·수능성적을 산출해 입시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다만 수능을 늦추면 대학들이 학교별 전형을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져 학생선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릉 펜션사고 환자 고압산소치료병원 찾아 '이송 또 이송' / 연합뉴스 (Yonhapnews)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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