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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키워드로 보는 2018 경제](3)서울 강남 재건축단지가 상승 주도…‘찔끔’ 종부세로 투기 수요 불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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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집값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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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단기간에 집값이 가장 급등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집을 재테크 수단이나 투자자산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시중 유동성이 몰린 데다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 탓에 무주택자들의 추격매수가 더해진 결과다. 정부는 각종 규제를 내놓았지만 미온적인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등으로 오히려 투기 수요에 불을 붙였다. 집값이 다소 꺾이자 방심해 시장 흐름을 오판했던 것이다.

■집값 주춤하자 방심한 정부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대비 8.22% 올랐다. 지난해 한 해 상승률 4.69%보다 약 두 배 높고 2006년(23.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집값 상승 불길이 1년 내내 이어지던 2006년과 달리 올해 상승률은 사실상 7~9월에 국한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연초부터 심상치 않았던 집값 상승의 진앙지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였다. 올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단지들에 뭉칫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매수 문의도 잦아들었다. 4월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집값 상승도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했다.

상황이 급반전한 시점은 7월이다. 기획재정부는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종부세 개편안 권고(세수 1조1000억원 증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그보다 못한 종부세 확정안(세수 7400억원 증가)을 내놨다. 여기에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발언까지 튀어나왔다. 이후 서울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기 시작했다.

2017년 1월만 해도 14억원이었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전용면적 76.5㎡)의 매매가격은 그해 12월 17억5000만원을 찍은 후 올해를 19억원으로 시작했다. 4월 이후 가격이 17억9000만원으로 하락했으나 8월에 18억9000만원으로 상승했고 한 달 후 19억1000만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주택시장을 ‘비이성적 초흥분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정특위 안보다 후퇴한 종부세 개편안과 박원순 시장발 개발 호재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라며 “홈쇼핑TV에서 ‘마감 임박’이라고 하면 조바심이 나는 것처럼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매수 심리를 자극한 꼴”이라고 말했다.

■“집값 오를 대로 올라 지지 못 받아”

각종 주택지표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9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71.6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높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정부는 치솟는 집값에 9·13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9·13 대책은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청약시장을 무주택자 위주로 개편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후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시장은 안정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현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전용 76.5㎡) 가격은 17억3750만원으로 올 초보다 1억6250만원 떨어졌다. 그러나 집주인들은 더 이상 호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하향 안정세가 아닌 호가 정체 형국이다.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은 치솟은 집값 탓에 내집 마련은 엄두도 못 내게 됐고, 지방 거주자들은 갈수록 벌어지는 서울과 지방의 집값 차이를 실감하고 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시장 눈치를 보며 대책을 내다보니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서민들의 지지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장은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은 없었다”며 “보유세를 강화한다고 떠들썩했지만 종부세를 찔끔 올린 것 외에 분양가상한제나 후분양제 등 시장 체질을 바꾸는 근본책은 전무했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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