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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건립 좌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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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와 운영비 분담 협의 안됐다”… 부산시의회, 관련 예산 전액 삭감

기장군 “무책임한 처사” 강력 반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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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도(野都) 부산’의 숙원인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조감도) 건립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부산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을 유치한 부산 기장군은 “이해할 수 없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18일 기장군에 따르면 부산시 제안에 따라 2014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모한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건립 공모 사업에 도전했다. 당시 서울시, 인천시 등 수도권 도시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그해 3월 부산시, KBO와 협약을 체결했다. 기장군은 1850m² 상당의 부지를 제공하고 시가 108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야구박물관 및 명예의 전당을 건립한 뒤 KBO가 시설 운영을 맡는다는 게 협약의 골자였다.

기장군은 세부 협약 내용에 따라 280억 원을 들여 종합야구장인 드림볼파크를 2016년 9월 조성했다. 드림볼파크에서는 2016년 9월 세계여자야구 월드컵 대회, 지난달에는 국제야구대축제가 열리는 등 시설이 각광받으면서 큰 대회가 이어지고 있다. 또 아마추어 야구팀의 전지훈련장으로도 이용되는 등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명예의 전당도 여기에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는 지난해 9월 명예의 전당 실시 설계에 착수했다가 올 2월 행정 절차 등을 이유로 잠정 중단했다. KBO도 내년 6월까지 명예의 전당에 전시할 유물과 전시장 규모 등을 재조정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한다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협약 이후 KBO 사무총장이 바뀌었고 연간 20억 원에 달하는 시설 운영비에 대한 내부 논의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행정 절차와 유물 조사 용역이 마무리되는 내년에 실시 설계를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산시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시의회는 최근 “KBO와 운영비 분담 협의가 제대로 안 됐고 전시장 규모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시가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한 설계비 2억17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기장군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장군은 내년에 12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야구연습장, 야구체험관 등을 조성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시와 야구인, 기장군민이 천신만고 끝에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을 유치했는데 협약 당사자들이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이번 부산시의회의 결정에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군수는 17일 KBO를 방문해 명예의 전당 건립을 촉구하는 3100여 명의 서명과 호소문을 전달했다. 오 군수는 정운찬 KBO 총재 등 관계자를 만나 “기장군에서는 명예의 전당 건립을 위한 약속을 모두 이행했다. 만일 사업이 좌초되면 시와 KBO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시 관계자는 “추가경정예산에 설계비를 다시 반영해 내년 하반기 이후 설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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