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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강릉 펜션 사고, 전문가 "무색무취 일산화탄소 근육·뇌 마비시켜…탈출 못 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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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18일 강릉시 경포의 아라레이크 펜션 2층에서 국과수와 경찰 관계자들이 가스보일러 연통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강원도 펜션에서 의식을 잃은 10명의 대성고 학생들이 일산화탄소(CO) 중독 상태인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소방방재 전문가는 "사후약방문식의 부실한 제도가 이번 사고의 원인"라고 말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강릉 펜션 사고 같은 경우 가스보일러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에 의해 우리 고등학생 10명이 죽거나 다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추측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조사된 결과에 의하면 가스보일러하고 연통 사이가 1,2cm 정도 벌어져 있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유입된다"라며 "가스를 사용하는 시설의 경우 '1년에 한 번 이상 점검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 모호한 부분들이 있다. 법률적인 모호한 부분이 실제로 안전 관리 부실과 연결되는 원인으로도 볼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 무자극"라며 일산화탄소가 일정 농도 이상으로 몸에 흡입될 경우 구토 증상이라든지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일산화탄소가 일정 농도 몸에 흡입 됐을 때 구토 증상이라든지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면서 바깥으로 나가거나 거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려 했을 것"라며 사고 당시 상황을 추측했다.

그러면서 "일산화탄소의 가장 큰 특징은 혈액에서 산소가 뇌하고 근육으로 운반이 되는 것을 차단한다. 특히 근육에 마비가 오기 때문에 내가 바깥쪽으로 빠져나가야 된다는 생각은 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을 감식하는 과정에서 1.5m 높이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펜션 건물 2층 발코니 보일러실에 놓인 가스보일러의 연통은 방 안쪽에서 베란다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인데, 배관과 연통이 어긋나 틈이 벌어졌던 것이다.

또 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150~159ppm으로 정상에 비해 8배에 달하는 농도가 측정되었다는 사실도 배기가스로 인한 사고라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18일 강원 강릉시 경포의 한 펜션에서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 7명 중 일부는 의식이 없으나 미약하게 자가 호흡 중이며 조금씩 호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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