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1월부터 2개 근린공원에 14만t 불법 매립
조사특위 "침출수, 유해 가스, 환경 오염" 등 지적
묵인·방조 市, 24년 뒤 청소년시설 지으려다 제동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18일 오전 광주 북구 일곡동 일곡 제3근린공원 내 부지에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던 '시립 청소년문화의 집' 신축공사가 중단돼 있다. 2018.12.18. wisdom21@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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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광주시가 북구 일곡지구에 추진 중인 시립 청소년문화의집 건립공사가 대규모 쓰레기층 발견으로 전면 중단된 가운데 해당 부지에 20여 년 전 수만t의 생활쓰레기가 불법 재매립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광주시와 광주 북구청 등에 일곡택지지구(147만㎡) 조성사업이 착수된지 10개월 만인 1994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삼각산 인근 기존 쓰레기매립장에 단순 매립돼 있던 각종 생활쓰레기 41만2000t 가운데 14만t을 일곡지구 내 2개 근린공원에 분산 매립됐다.
삼각동 인근 매립장은 99만㎡ 규모로, 1983년부터 1990년 11월까지 광주지역 전체 쓰레기를 분리수거나 위생처리없이 단순 매립해 왔다.
시는 인근에 대단위 택지지구가 들어서는 점을 감안, 1994년 상반기 단순 매립된 쓰레기 전량을 북구 운정동 위생매립장으로 반입키로 했으나, 예상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매립된 것으로 확인되자 사업시행자인 옛 한국토지개발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의해 자체 처리토록 방침을 틀었다.
운정동 매립장이 포화 상태에 달한 가운데 41만t을 한꺼번에 반입할 경우 쓰레기장 사용기간이 1년 이상 단축될 수 밖에 없다는 행정적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대신 가연성쓰레기 등은 소각처리하는 것을 전제로 1만3000t만 운정동으로 이적 처리됐다.
방치된 쓰레기를 처분할 장소를 찾지 못한 토지공사는 택지지구 내에 재매립하기도 하고, 일반 폐기물쓰레기처리시설 설치승인을 신청했으나 주민민원을 이유로 같은 해 11월 취하 처리됐다. 토지공사는 결국 폐기물처리장 설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택지지구 안에 2개의 근린공원에 불법 조성한 뒤 각각 9만t과 5만2000t의 쓰레기를 땅속에 매립했다.
연탄재 등 토분으로 선별된 양과 시설녹지안에 존치된 쓰레기를 뺀 나머지 5만t은 기존 매립장에 그대로 방치됐다.
시가 택지지구 내 불법 쓰레기 처리장 조성과 매립, 기존 쓰레기에 대한 부실처리를 묵인, 방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와 시행사는 전남대 공업기술연구소를 통해 연구용역을 수행하고도 설계와 시공을 시행사 측 편의대로 진행하고, 특히 근린공원 매립 시 선별된 부식토와 양질의 흙을 8대 2로 혼합해 매립토록 용역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단순 매립해 2차 환경오염을 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와 북구청, 시행사 측은 지하 6.5∼7m 높이로 부직포를 깔아 침출수를 최소화하고 가스포집 시설을 곳곳에 설치해 위생적으로 매립했다고 밝혔지만, 2016년 1월초 이뤄진 북구의회 현장특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다량의 침출수로 인한 악취와 차수막 부실 시공, 토양 오염, 침출수 무단 방류, 인체 유해가스 발생 우려, 가스포집관 기능 마비 등이 차례로 지적됐다.
조사특위는 열흘 간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택지지구 내 재매립 또는 단순 매립된 쓰레기를 전량 운정동으로 반입 조치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광주시에는 사업중단 조치를, 시행사인 토지공사에는 침출수 무단방류 중단과 쓰레기반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러나 사후 조치는 이후 지방선거 과정에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려 흐지부지됐고 근린공원 내 쓰레기산은 최근 해당 부지 중 한 곳에 청소년문화시설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쓰레기층이 발견되면서 24년이 지난후에야 허술한 행정의 발목을 잡았다.
더욱이 해당 부지는 애초부터 공공시설물을 비롯해 지상건축물을 지을 수 없는 불법부지였던 것으로 드러나 "부실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사특위로 활동했던 모 위원은 "당시 일곡지구 내 쓰레기 처리 문제로 시끌벅적했었다"며 "근린공원 부지 80∼90% 가량에 쓰레기를 매립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곳은 지반이 약해 건물을 짓기에는 부적절하고 가뜩이나 쓰레기가 지하에 산을 이루고 있는데 청소년문화시설을 짓는다는 건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일곡 청소년문화의집은 집단 민원으로 착공이 3개월 가량 지연된 데 이어 터파기와 토사 반출, 부지 조성에 이어 파일 공사 도중 지하 7∼10m 지점에서 쓰레기층이 부지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견되면서 최근 관련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시는 지난달 23일 건축·전기통신·건축기계·소방 등 4개 분야 시공업체와 감리업체에 공사중단을 통보한 뒤 정밀 지반조사 결과 "공사가 불가능하다"는 잠정결론을 내리고 지난 13일 정종제 행정부시장 주재로 열린 대책회의에서 공사 중단을 최종 확정하고 대체 부지를 물색중이다.
그동안 공사비용과 추후 매몰 비용 등을 감안하면 최소 수억원의 예산 낭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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