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스포츠·팝아트 만난 `K한복` 기대하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일본의 '젠 스타일' 같은 말처럼 우리 패션의 미적 특성을 대표할 만한 말이 필요합니다. 한복 발전을 통한 'K한복' 구현이 여기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최근 매일경제가 만난 김민자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복과 같은 전통에 글로벌 최신 문화를 접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옷 세계화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서울대 가정교육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덕성여대 의상학과 조교수,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학장을 거쳐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복식학회장·한국패션문화협회장·서울시 패션디자인센터 운영협의회 위원 등 다양한 학계·관계 직책을 지냈다. 최근에는 지난 10월 '한복문화주간' 기간에 열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진흥센터 개최 '한복디자인 프로젝트'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김 교수가 이해하는 한복의 세계화·현대화는 일정 단계를 거쳐 진행되는 '문화접변' 현상의 일종이다. 문화접변이란 이질적인 두 문화가 지속적이고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서로가 갖고 있는 특성에 변화를 불러오는 상황을 말한다. 단번에,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고 오랜 시일에 걸쳐 몇 단계로 나뉘어 실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처음에는 다른 문화, 가령 서양 복식을 그대로 직수입합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상대편 특징을 카피한 물건을 만드는데, 액세서리가 먼저 바뀌고 다음에 소재·형태가 바뀝니다. 마지막에는 토착 문화와 완전한 결합이 이뤄져 일종의 '정·반·합'이 실현되죠."

하지만 우리 한복은 아직 2단계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서구 복식과 한복의 '합'으로 진정한 현대화·세계화를 이루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김 교수가 한복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것도 최종 단계인 '합'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심정이 컸다. 김 교수는 "개량한복, 생활한복, 신한복 같은 개념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옛 한복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고, 업계 방향성도 일치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패션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복 등 전통 디자인을 활용한 산학협력을 수차례 시도해온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트렉스타·노스페이스 등 기업과 협업해 신발·양말·교복 등 제품에 우리 문화를 접목하는 데 힘써 왔다. "전통 한복은 일종의 종자 창고처럼 남아 있되 이를 일상화하고 또 산업화해야 비로소 세계화의 길이 나올 것"이라는 문제의식이다.

그렇다면 어떤 상태를 한복 현대화의 최종 단계로 볼 수 있을까. 김 교수가 내놓은 답은 일명 'K한복' 출현이다. 김 교수는 "K한복이 K패션 구성 부분 중 하나로 나설 때 비로소 우리 패션의 정체성과 주체성이 확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여기에 이르지 못했지만 그 조짐은 패션 분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한복디자인 콘테스트 출품작들이 그 대표 예시다. "최근 패션 트렌드 중 하나가 스포티즘인데, 이를 상징하는 아디다스 줄무늬 등을 과감하게 한복에 접목하는 시도가 돋보였어요. 한복 실루엣에 팝아트를 접목해 최첨단 패션이라는 느낌을 준 작품도 돋보였죠."

인사동·경복궁 등지에서 젊은 층이 즐겨 입는 대여 한복도 긍정적 신호 중 하나로 꼽았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경복궁 한복 뒤편에 달린 큰 리본, 잘록한 허리선 등이 전통 한복미의 격하라고 생각해 안 좋게 여겼다"며 "하지만 지금은 점진적 문화작용 중 하나이자 한복이 전통 속 박제를 벗어나는 징조로 본다"고 평가했다.

[문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