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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어긋난 보일러-연통 사이에 접착물 없어…부실시공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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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와 연통 제대로 연결 안돼

배기관에서 많은 연기 발생”

경찰, 보일러 연통 왜 어긋났나 집중수사

규격 맞지 않는 연통 사용됐는지도 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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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등학생 10명이 강원도 강릉으로 놀러 갔다가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한 펜션의 보일러와 배기관(연통) 사이에는 접착물(내열 실리콘 등)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일산화탄소는 보일러와 배기관이 어긋난 틈에서 새어 나왔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일러가 부실시공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19일 오후 강릉경찰서에서 진행된 수사 진행 상황 브리핑에서 “보일러와 배기관 사이에 실리콘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통상 보일러를 설치할 때는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보일러와 배기관이 연결되는 부위에 내열 실리콘 등을 이용해 이음새를 견고하게 마감 처리한다. 실리콘이 없었다는 것은 보일러가 애초 부실하게 시공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찰은 규격에 맞지 않는 배기관이 사용됐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보일러가 부실하게 시공됐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진동 등으로 보일러와 배기관 사이가 점차 벌어져 그 틈으로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15년 전북 군산에서 배기관이 부실하게 시공된 가스보일러에서 배기관이 분리돼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이에 경찰은 이번 사건의 과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2014년 이 펜션에 보일러를 설치할 당시 시공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또 펜션 주인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경찰은 보일러 배기관이 어긋난 이유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보일러 설치 당시부터 부실하게 시공된 것인지, 아니면 설치 이후 외부적인 충격 등에 의해 배기관이 어긋났는지 등에 따라 펜션 소유자와 시공업체 등으로 책임 여부가 갈린다. 경찰은 또 보일러 배기관이 어긋난 시점을 밝히기 위해 이전 투숙객 명단 등을 확보하고 숙박 당시 이상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펜션 주인이나 투숙객 등이 보일러를 건드려 물리적 충격으로 보일러와 배기관이 어긋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보일러가 보일러실 안에 설치돼 있고 이곳에 폐회로텔레비전이 없어 경찰이 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보일러 그을음 탓에 배기관이 어긋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일러업계 한 관계자는 “배기관이 청소가 안 돼 그을음이 점차 안에 쌓이면 유독 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압력 증가로 인해 연결 부위가 벌어져 가스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라면 업주의 관리 소홀이 문제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현재 보일러와 배기관 이음새에 접착물이 없다는 점과 보일러와 배기관이 일부 어긋나 배기가스가 밖으로 유출될 수 있는 상태라는 것까지만 확인했다. 경찰은 “오늘 벌인 2차 합동 현장 감식에서 보일러와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연통(배기관) 사이에서 많은 연기가 발생한 것을 시험 가동을 통해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현장 감식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이 참여했다.

현장 감식에서 확인한 연기 성분과 검출량은 국과수와 가스안전공사 등 2곳에 보내 피해 학생들의 사상과 어떤 영향이 있는지 세밀하게 분석할 방침이다. 경찰은 현장 감식이 끝나는 대로 문제가 된 가스보일러도 뜯어 국과수에 보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충분치 않으면 3차 감식 등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사고 현장을 감식하면서 가스보일러와 외부를 연결하는 배기관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에 가스누출 경보기도 없었다. 이날 시험 가동도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시험인 셈이다.

강릉/박수혁 이정규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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