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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10건 민간사찰 의심” “보고 않은 문건” 김태우 리스트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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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부터 작성 107개… 야 “보수언론 일가ㆍ홍준표 등 사찰”

靑 “일부 폐기ㆍ첩보 중단 지시… 우윤근ㆍ박근혜 관련은 업무 범위”
한국일보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인 김태우 수사관이 2017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작성한 감찰 보고서 목록 중 일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의원총회에서 “제보 파일”이라며 이 목록을 공개했다. 자유한국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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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19일 공개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의혹 관련 리스트에는 2017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작성된 약 107개 파일이 담겨있다. 나경원 원내대표 측에 따르면 이 리스트는 이날 한 제보자를 통해 입수했으며, 김 수사관 본인이 제공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목록을 분석한 결과 야권 유력 인사를 사찰한 것으로 의심되는 제목의 문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2017년 7월 김 수사관이 작성한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송OO,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란 제목의 파일은 당시 한국당 대표를 맡고 있던 홍 전 대표에 대한 사찰 보고로 보인다고 한국당 측은 분석했다. 김 수사관은 같은 달 ‘전 기재부장관 최경환 비위 관련 첩보성 동향’이라는 문건도 작성했는데, 이 역시 박근혜 정부 실세 장관이었던 최 의원을 사찰한 것으로 의심된다.

보수 언론사를 감시해 온 것으로 의심되는 제목의 파일도 여러 개 있었다. 2017년 6월 작성된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OO 관련 자살 동향’ 파일은 당시 사설정보지를 통해 돌던 조선일보 오너 일가에 대한 동향 정보일 가능성이 있다. 또 올해 7월에는 ‘조선일보, BH의 홍OO회장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여부 취재 중’이란 파일도 작성됐는데, 언론사가 취재 중인 내용에 대해 보고하는 것은 사실상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사찰이 아니냐는 게 한국당의 분석이다.

올 들어 민간 기업이나 민간인을 사찰한 것으로 의심되는 파일들이 여러 건 작성된 점도 눈에 띈다. ‘qk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 파일은 민간 기업 관련 사찰 보고로 추정되고, ‘진보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 비난’이라는 문건 역시 공직자 신분이 아닌 대학 교수의 사찰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국장 주장이다. 아울러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경매 관련 SK 측에 8,000억 특혜 제공’이란 제목의 파일도 대기업을 사찰한 정황이 엿보인다고 한국당은 분석했다.
한국일보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인 김태우 수사관이 2017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작성한 감찰 보고서 목록 중 일부. 자유한국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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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에는 김 수사관이 여권 실세 관련 첩보를 보고했다가 밉보여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을 때 근거로 제시했던 파일 제목도 포함돼 있었다. 2017년 9월 작성한 ‘주 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금품수수 관련 동향’ 문건, 2018년 1월 작성한 ‘고건 전 총리 장남 고진, 비트코인 관련 사업 활동 중’ 문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리스트에는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 등 여권 내부의 파워게임을 소재로 한 동향 보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찍어내기 차원에서 조사했다고 김 수사관이 주장했던 재활용 쓰레기 대란 관련 보고서 등도 포함됐다.

한편 김 수사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고속도로 휴게소 카페 매장에 설치하는 커피기계와 원두공급권을 같은 당 출신 우제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몰아줬다는 첩보를 제출했으나 청와대가 뭉갰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10월 14일 한 매체가 관련 내용을 이미 보도했고, 하루 뒤 도로공사 국감에서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비슷한 내용을 보도자료로 뿌렸다”며 “이를 김 수사관이 첩보라고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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