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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체험학습 안 가면 안전한가…체험학습 ‘존폐론’으로 번진 강릉 펜션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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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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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 투숙한 고교생 10명이 가스중독 사고를 당한데 대해 교육당국이 ‘교외체험학습’ 자제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번 사고가 애먼 체험학습 존폐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강릉 펜션 사고와 관련해 “모든 학생 안전 매뉴얼과 규정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이후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 지 점검한 후 교육 프로그램 등 학사 관리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고, 학교 측에는 학교별 체험학습 안전 상황 점검을 거쳐 안전이 우려되는 경우 허가를 재고하라고 권고했다.

사실상 교외체험학습 자제를 요구한 셈인데, 교육계는 자칫 체험학습 위축, 혹은 체험학습 자체의 존폐를 논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이번 사고 발생 원인이 펜션의 안전 관리 문제로 지목된 만큼 체험학습은 별개로 논의될 사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고를 살펴보면 피해 고교생 10명이 체험학습이 떠나기까지의 과정은 문제가 없었다. 10명 모두 학부모의 동의를 받았고, 학교장의 허가 아래 강릉으로 우정 여행을 떠났다. 보통 수능을 끝마친 고3 학생들은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고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절차상 문제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피해 학생들이 교사나 보호자의 인솔 없이 체험학습을 떠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면서 체험학습 자체가 안전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리고 교육부는 곧바로 “개인 체험학습 승인 시 안전 우려가 없는지 살피고, 이미 허가한 사안에 대해서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체험학습 자체가 이번 사고의 원인인 것처럼 지목됐고, 결국 체험학습 존폐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보호자와 함께 떠났더라도 날 수 있는 사고다. 체험학습이 아니라 방학이나 주말에 떠난 여행이었다면 정부는 여행 폐지 대책을 논할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즉 체험학습을 자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뿐더러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사건 발생 원인은 선박 안전점검의 허술함, 선체 결함과 관리 부실 등이다. 그런데 당시 교육부는 세월호 침몰 발생 6일 만에 전국단위 회의를 열어 초·중·고 수학여행을 전면 중지시켰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육부는 만약 인솔자가 있었다면 가스 누출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체험학습 시 안전을 어떻게 예측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만약 교육부의 자제 요청에도 아이들의 체험학습 신청을 허가한다면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 됐든 승인해 준 학교가 원인으로 지목될 것이 뻔하다”라면서 “학교 측은 대다수 체험학습을 불허할 것이고, 결국 체험학습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학교별로 상이한 체험학습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점은 현장 교사들도 공감하는 눈치다. 최소한 체험학습 신청 시 보호자 동반 여부나 미 동반 시 안전 교육, 장기 투숙 금지 등 구체적인 규정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8일 수능을 마친 고교생 10명은 강릉의 한 펜션에서 투숙 중 참사를 당했다. 이 중 3명이 사망했고, 의식을 잃었던 7명의 학생 중 3명이 의식을 회복했다. 이번 강릉 펜션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본부는 사고의 원인으로 가스보일러를 지목하고, 보일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는 등 본격적인 사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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