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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김태우 사건'으로 확인된 '권력기관' 특감반의 3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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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19일 밤 긴급 브리핑에서 “내 명예를 걸겠다.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동안 울먹이듯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내용이라고 하소연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베일 뒤에 숨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민정수석실 특감반 운영에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ㆍ민간인 사찰의 유혹


특감반은 노무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2003년 설치했다. 2000년 해체된 경찰청 조사과가 중심이 된 ‘사직동팀’을 대체하는 공식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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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첫해였던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정국 현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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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조국 민정수석에게 “특감반 개선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조 수석은 지난 14일 개선안을 발표하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 깊이 자성한다”고 했다.

과거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일했던 인사는 20일 “첩보의 최종 종착지는 결국 대통령”이라며 “권력의 속성상 대통령은 정권이 바뀐 뒤에 일어날 상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첩보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요구에 익숙한 전문가 집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보요원의 특성상 윗선에서 ‘중단 선언’을 하고 관련 첩보에 대해 분명히 경고했다면 정치인 첩보 등은 당장 없어진다”며 “조국 수석이 이러한 보고를 중단시켰다고는 하는데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19일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김 수사관이 작성한 보고서 목록에는 민간인 사찰로 의심될만한 제목의 문건들이 최근까지 작성된 것으로 표시돼있다. 청와대는 이를 김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지휘책임의 문제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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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19일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첩보보고서 목록 사진을 공개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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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감반원 관리에 구멍


특감반 운영을 책임지는 박형철 비서관은 19일 브리핑때 “김 수사관의 출입처가 산업부와 과기정통부였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됐다”고 실토했다. 상급자조차 반원들의 업무영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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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온 김종양 인터폴 총재,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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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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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은 “특감반을 견제하기 위해 공직기강실 산하에 있던 특감반을 반부패비서관실로 보내고 공직기강의 견제를 받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공직기강의 견제는 물론 반부패비서관실의 직원관리 체계에 허점이 드러난 데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게 됐다.

조국 수석도 이를 인정하고 특감반 개선책에서 “감찰 개시 전 감찰반장의 승인을 받도록 해 청부조사 등 비위 행위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하고, 장ㆍ차관, 공공기관장 등을 접촉할 경우 감찰반장에게 사전ㆍ사후 보고하게 했다”고 밝혔다.

◇자의에 따라 사라지는 기록물


청와대는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김 수사관의 보고서 목록 중 일부는 조국 수석에까지 보고된 공식문서임을 인정했다. 반면 상당수 문건에 대해서는 “데스킹 과정에서 폐기된 자료이거나 아예 보고조차 되지 않은 초안”이라며 “폐기된 문건은 공식문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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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 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자리에 자료가 놓여져 있다. 2018.12.2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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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직무 관련 보고서가 중간에 자의적으로 폐기된 것은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생산되는 자료의 99.9%는 대통령기록물법 관리 대상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최종결재권자의 결재를 얻지 못한 초안 단계 문서는 대통령 기록물은 물론 공공기록물 등록 요건도 갖추지 않아 폐기하더라도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과 공용서류무효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러면서도 19일 김 수사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은 “자신들이 내 보고를 안 받았다면 내 정보는 불순물로 청와대 기밀이 아니다. 반대로 보고를 받았으면 불법 사찰을 알고도 방치한 꼴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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