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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단독]강릉 펜션 주인 "회 먹으러 간다던 아이들···마음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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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들 이렇게 돼 너무 마음 아프다"

펜션 주인 부친이 손자같다며 고기 구워주기도

중앙일보

서울신촌세브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강릉 펜션 참사 사망 학생 빈소를 찾은 대성고 학생들(왼쪽). 유은혜(오른쪽) 사회부총리는 빈소 앞에서 "교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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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도착하자마자 가방 벗어 던지고 아쿠아리움 가는 밝은 아이들이었는데…착한 아이들이 이렇게 돼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수능을 마친 고교생 10명이 숨지거나 의식불명에 빠진 강원도 강릉시 저동 펜션 주인 A씨는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책임을 다 떠나서 내가 운영하는 곳에서 사고가 나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다”며 “남은 아이들이 쾌차하길 간절히 바란다”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아이들은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푼 뒤 “아쿠아리움 갔다가 간단하게 뭐 먹고 장 봐서 올게요”라고 말한 뒤 펜션을 나섰다고 한다.

펜션 맞은편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장면을 보면 학생들은 사고 전날인 지난 17일 오후 3시40분쯤 다 같이 펜션을 나와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해당 영상에는 서로 마주 보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장난을 치는 모습 등이 찍혔다.

이후 오후 6시56분쯤 학생들은 소고기 안심과 소시지, 해산물을 잔뜩 사 들고 펜션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A씨는 우스갯소리로 “니들 이렇게 많이 사오느라 돈 많이 썼을 텐데 내일부터 쫄쫄 굶으려고 그러냐”라고 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저희 20만원씩 걷었어요. 아직 돈 충분해요. 내일 회 먹으러 갈 거예요”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펜션 주인은 아이들의 예약한 대로 숯과 그릴 등 바비큐 장비를 준비해줬고 아이들이 고기를 제대로 굽지 못하자 펜션 주인의 부친이 고기를 대신 구워줬다.

A씨는 “제 아버지가 아이들이 바비큐를 잘 못 굽자 (바비큐 파티가) 끝날 때까지 고기를 구워주고 잘라 접시에 놔주기도 했다”며 “학생들이 손자 같고 착하니까 부친이 그렇게 다 해준 건데 사고가 나서 너무 마음이 아파하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고교생 1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겪은 강릉 펜션의 난방 배관을 점검하는 모습(왼쪽). 오른쪽 사진은 경찰이 지목한 연통 연결 문제 부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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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이들이 입실할 때 한 학생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동의 하에 온 것인지를 확인하고 음주와 흡연을 단속해도 됩니까라고 물었었다”며“이후 니네 수능 끝났다고 너무 해이해지면 안된다고 했는데 누가 봐도 하는 행동이 모범생들이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2박3일 일정으로 펜션을 온 학생들은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웃고 떠들며 놀았다고 한다.

그는 “펜션에 오는 손님을 깨우는 경우는 없다. 늦게까지 잘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은 1층에서 누수가 있어 2층에서 물이 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2층 객실 초인종을 여러 번 눌렀는데 인기척이 없어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말했다.

A씨는 "나한테 지난 7월에 임대를 준 건물주(지난 2월 인수)가 있는 동안 한 번도 (안전점검을) 안 했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 “보일러실 들어가려면 주인한테 이야기해서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제가 있을 땐 한 번도 문 열어 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과 19일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A씨는 “연통이 왜 어긋났는지 국과수에서 지금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명확한 원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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