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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GTX가 뭐길래 이렇게 떠들썩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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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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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기 지역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박경만입니다. 그동안 잠잠했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지티엑스) 문제로 며칠째 온나라가 떠들썩합니다.

인천시민들은 지티엑스 3개 노선 가운데 B노선이 유일하게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자 지티엑스-B노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달라며 시민 서명운동에 나섰습니다. 교통이 불편해 서울 오가는 시간이 대전보다 더 걸린다고 하소연합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경기 남양주, 인천 계양, 과천 등 3기 새도시 12만호 주택 공급계획도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지티엑스 축을 중심으로 지정됐습니다. 서울 강남을 비롯해 전국의 집값이 치솟을 때도 꿈쩍하지 않던 고양, 파주, 의정부, 양주 등 경기북부 접경지역의 집값이 지티엑스 A·C노선 확정 이후 들썩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양주와 의정부시내 곳곳에는 ‘지티엑스-C노선 유치 확정’을 반기는 펼침막이 수십장 내걸렸습니다. 의정부에 사는 제 친구는 “지하철 7호선 연장에 이어 지티엑스 예비타당성 통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진 상태”라며 “그동안 소외된 의정부도 집값이 좀 올라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하더군요. 아직 미분양이 많은 2기 새도시인 양주새도시도 지티엑스 종점인 덕정역 앞 주택은 매물이 없고, 입지가 좋은 곳은 프리미엄이 7천만~1억원씩 붙은 상태라고 합니다.

지티엑스(GTX, Great Train Express)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남북과 동서를 엑스(X)자로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말합니다. 지하 40m 아래에 터널을 뚫어 노선을 직선화해 평균 시속 100㎞(최고 시속 200㎞)로 기존 전철보다 3~4배 가량 빠르다고 합니다. 건설 예정인 A노선(파주 운정~서울 삼성~화성 동탄), B노선(인천 송도~서울역~남양주 마석), C노선(양주 덕정~서울 삼성~수원) 가운데 A노선은 이달 말 착공할 예정이고, C노선은 내년 초 기본계획에 착수해 착공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입니다.

지티엑스가 계획대로 건설되면 경기도 외곽에서 서울 도심까지 20~30분 만에 주파하게 돼 교통 사각지대에 있던 경기 북부 등 수도권 외곽지역의 교통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교통사정이 열악하고 자족시설이 부족한 경기북부 도시들은 그동안 일자리가 집중된 서울 강남과 연결되는 광역교통망에 목말라하고 있었습니다. 지티엑스가 개통되면 현재 지하철로 80분 걸리는 일산~삼성이 20분으로, 의정부~삼성은 74분에서 16분으로, 수원~삼성은 78분에서 22분으로 각각 줄어듭니다. 유일하게 강남을 통과하지 않은 B노선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4년이 지나도록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재정당국이 B노선에 대한 예비타당성 면제 여부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시기가 문제이지 착공은 확실해 보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티엑스를 중심으로 3기 새도시에 자족용지를 조성해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안정화를 확실히 다지겠다고 합니다. 광역교통망과 자족기능이 확보되지 않아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2시 새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죠.

하지만 이런 술렁거림의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티엑스가 개통되면 수도권 전역의 이동시간이 1시간 이내로 좁혀져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지방의 경쟁력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수도권 외형이 급팽창하고 지티엑스 주변의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노무현정부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았던 이민원 광주대 교수(현 혁신도시특별위원장)는 “정부가 균형발전 축을 위해 만든 세종시도 수도권화되고, 혁신도시나 고속철도(KTX)조차 애초 기대와는 달리 수도권 집중화를 막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비수도권에 투자해도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지티엑스가 개통하면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심화돼 국가 균형발전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서울도시공사 사장을 지낸 변창흠 세종대 교수(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균형위원)은 “지티엑스는 다른 어떤 것보다 폭발력이 크고 국토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주장합니다. 그는 “지방의 좌절감이 커지면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게 되고, 그럼 수도권에 주택·교통문제가 발생해 대형투자가 다시 필요하게 된다. 이같은 악순환을 끊으려면 광역 대도시와 지방대학의 획기적 육성, 공공기관 이전, 문화시설 확충 등 지역에도 엄청난 투자를 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대응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화려한 조명 뒷편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도 잘 살펴야 할 듯합니다.

전국2팀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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