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모발 재생 돕는 실리카 함유
화산암이 불순물·중금속 걸러내
병에 담을 때까지 몇 차례 살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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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마신 당뇨병 환자 혈당 떨어져
먹는 물에 대한 연구는 동물실험 수준에서는 많이 이뤄져 왔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한 것은 국제적으로도 처음이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고 교수는 “제주 지방은 특이하게도 비만 환자 유병률이 항상 전국 최고를 기록하는데, 당뇨병 환자 유병률은 매번 전국 최저를 기록한다”고 말했다. 비만 환자가 많은 지역은 당뇨병 환자도 비례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필연적으로 당뇨병 위험도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제주 지역 내분비내과 의사로 활동하면서 그 점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는데, 이 연구를 하면서 당뇨병 유병률이 낮은 이유가 제주 지역의 물 음용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 교수팀은 앞으로 재원이 마련되는 대로 관련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빗물을 여과하고 오염물은 거르는 제주 응회암층. |
제주도 물에 대한 의학적 효능은 당뇨병에서만 밝혀진 게 아니다. 2016년 제주대 수의학과 지영흔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제주 화산암반수가 생체 내 면역 활성 반응을 유도해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세포 내 신호 전달 기능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기초연구실 현진원 교수 또한 2015년 ‘제주 물 세계포럼’에서 제주 화산암반수가 고지혈증과 알레르기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주도 물은 어떠한 성분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의학적 효능이 나타나는 걸까. 제주개발공사 고기원(수문지질학 전공) 박사는 “제주 화산 암석에 풍부한 바나듐과 실리카 성분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나듐은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량 원소로, 그 효능에 대해 수십 년간 다양한 연구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바나듐수만 따로 파는 생수 브랜드도 출시돼 있다. 고 박사는 “제주에는 지역별로 화산암반수의 바나듐 함량이 조금씩 다른데, 이 바나듐이 최고
52㎍/L인 물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실리카는 뼈나 모발 등의 재생을 돕는 효능이 연구돼 있다.
용암층 거친 빗물에 미네랄 녹아들어
방사능 물질 없이 깨끗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땅 위로 떨어진 빗물은 용암층의 틈을 따라 지하 깊숙한 곳으로 천천히 침투하면서 불순물은 걸러지고 미네랄 성분은 자연스레 녹아든다.
특히 화산암은 중금속을 걸러내는 기능이 탁월하다. 2017년 제주대 생명화학공학과 이호원 교수팀이 정수기 필터로 사용하는 활성탄과 화산암의 주요 구성 물질인 송이(scoria)의 카드뮴 여과 정도를 비교해 봤더니 송이의 카드뮴 흡착력이 훨씬 높았다. 활성탄은 실험 3시간 이후부터 카드뮴을 완전히 걸러내지 못하는 데 비해 송이는 24시간이 지나도 카드뮴을 완벽히 걸러냈다.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기초과학지질연구원에서 75차례 방사성 물질에 대한 검사를 시행했지만 단 한 차례도 검출되지 않았다. 알칼리성이라 체내 흡수가 잘되는 것도 특징이다.
물을 취수해 담는 과정에서도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물이 흐르는 모든 배관은 하루 한 번 살균 처리되며 수질은 한 시간마다 자동 모니터링된다. 취수 후 병입 직전까지 단계마다 자외선 살균 처리 과정도 거친다. 고 박사는 “우리 제주 화산암반수의 목표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가 아니라 품질 1위”라며 “앞으로 한국의 건강 물을 전 세계에 더욱 알려 국가 브랜드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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