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이오틱스 투여 받은 생쥐
장 줄기세포 활성화돼 점막 보호"
항암 치료 전후로 장내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장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로바이오틱스가 분비하는 ‘젖산’이 장 줄기세포를 활성화하고 소장 점막 상피층을 복원해 복통과 설사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권미나 교수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의 장 손상 예방 효과와 원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권 교수 연구팀은 먼저 동일한 종(種)이면서 발달 정도가 비슷한 생쥐를 골라 한 그룹은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하고 다른 그룹은 투여하지 않은 뒤 장 건강을 비교했다. 그 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한 쥐들에겐 장 줄기세포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줄기세포의 활발한 분화로 장 조직 세포가 늘어 소장 점막 상피층이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연구팀은 두 그룹 모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고 방사선을 조사해 장 손상을 유도했다. 이후에도 프로바이오틱스 투여는 지속됐다. 실제 암 환자가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소장 점막 상피층이 가장 먼저 손상돼 설사·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지사제를 복용하거나 전해질을 보충하는 등 치료를 해야 하는데, 프로바이오틱스가 항암 치료로 인한 장 점막 손상 예방과 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한 것이다.
연구팀은 장 손상을 유발한 뒤 5일째 생쥐의 장 건강과 설사·복통 등의 증상을 비교했다. 그 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한 생쥐는 장 줄기세포와 더불어 장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파네트 세포, 상피세포, 점액 분비 세포 등)의 수와 기능이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하지 않은 생쥐에 비해 높았다. 항암 치료 전후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장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 먹지 않은 그룹은 장 줄기세포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설사·복통도 악화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나아가 연구팀은 프로바이오틱스의 장 보호 원리를 확인하기 위해 생쥐의 소장 점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장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 물질인 ‘윈트3(Wnt3) 사이토카인’이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나오는 젖산의 신호로 조절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장 줄기세포 주변의 파네트·기질 세포 등에는 젖산 수용체가 있다. 이 수용체가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분비되는 젖산을 만나 활성화하면 Wnt3 사이토카인이 나와 장 줄기세포가 증식·분화하는 것이다.
실제 연구팀이 젖산 수용체를 인위적으로 없앤 생쥐를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생쥐는 젖산 신호를 제대로 받지 못해 Wnt3 사이토카인의 분비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젖산이 장 줄기세포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임을 한 번 더 입증한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건강을 돕는 건강보조식품으로 활발히 출시되고 있지만 장 줄기세포와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입증하는 근거로써 젖산의 장 줄기세포 조절 작용을 정확히 규명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향후 후속 연구를 거쳐 프로바이오틱스로 항암과 방사선 치료에 의한 장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 받은 중견 연구자 사업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 12월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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