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5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주휴수당 포함 확정…소상공인 “위헌심사 청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준시간 209시간’ 국무회의 통과

경총 “구시대 임금체계 바꿔야”

야당선 “주휴수당 폐지 법안 낼 것”

수당 안 주려 알바 쪼개기 우려

중앙일보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넷째)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하는 김모(22·대학 휴학)씨는 일주일에 14시간 30분 일한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휴수당(주15시간 이상 일하면 주어지는 하루 치 임금) 지급 조건에 30분 모자란다. 일종의 쪼개기 노동이다. 앞으로 이런 쪼개기 일자리가 많아질 수 있다. 주휴수당·시간을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쪼개기 일자리는 해당 일자리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소득을 그만큼 줄이게 된다. 예전 소득을 채우려면 여러 곳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메뚜기 근로다. 주휴수당을 꼬박꼬박 받는 대기업과 영세 기업 근로자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그동안 법률과 판결, 행정지침 사이에 일던 해석상의 혼란을 명확하게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은 강행법으로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 따라서 주휴수당을 안 주면 임금체불로 처벌된다. 대법원은 주휴수당을 임금으로는 계산하되 일하지 않는 시간이므로 근로시간에서 제외했다. 이를 적용하면 시간당 임금이 불어난다. 분자(임금)가 크고, 분모(시간)가 작아져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3년 전 월 환산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 주휴수당과 주휴시간을 모두 산입해 계산하기로 했다. 경영계가 동의했다. 이 세가지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졌다.

경영계는 시행령 의결에 반발했다. 그동안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기업의 어려운 경영 현실과 절박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국무회의 당시 입장문에 비해 사뭇 누그러졌다. 당시엔 “크게 낙담하고, 억울한 심경마저 느낀다”며 격하게 반응했다. 글자 수만 1768자에 달했다. 이날 입장문은 528자에 그쳤다.

경총의 입장문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임금체계 개편 문제다. 경총은 “정부는 구시대적 임금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최우선적 과제로 설정하고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 입장문에선 “노조 동의 없이 임금체계 변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었다. 정부는 그동안 “고연봉자가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되는 것은 임금체계를 바꾸지 않아서”라며 “임금체계 개편 시간을 최장 6개월 부여할 방침”이라고 제시했다. 경총이 정부 입장에 수긍하는 모양새다.

소상공인의 반발은 여전히 강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헌법재판소에 위헌명령심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지난 28일 “지금도 주휴수당을 못 주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자영업자를 범죄자로 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도 가세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행령을 재가한다면 이로 인한 민생경제 파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주휴수당 폐지 법안을 곧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경영계도 이참에 주휴수당 폐지론에 불을 지필 조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선진국에 거의 없는 주휴수당 등을 조속히 입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휴수당은 대만·터키 등 일부 국가에서만 운용된다. 노사가 합의한 약정휴일 형태이거나 주45시간 이상 일한 경우에만(터키) 인정하는 등 까다롭다.

문제는 주휴수당이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0여 년 동안 유지됐다는 점이다. 이걸 없애면 근로자 월급이 10~20%가량 줄어든다. 노사 간에 대립할 수밖에 없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대체로 모든 임금과 관련된 논란은 후진적이고 기형적인 임금체계 때문”이라며 “정부도 공공부문부터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