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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LTE 속도평가’ 꼴찌 LGU+의 군색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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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인터넷 전송속도’ 해석 공방

30일 공개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전송속도’ 해석 놓고 물밑 공방 일어

수치상으로는 SKT〉KT·SKB〉LGU+ 순

LGU+ “여유용량일 뿐…체감품질과 무관”

평상시 이용 때 별 불편·차이 없지않냐

수치 해석 안하는 지금 방식은 SKT에 유리

평가 주관한 쪽 “LGU+ 해석은 변명”

갑작스러운 수요 대응 능력서 차이

이용자 쪽에서는 이 부분도 품질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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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국의 ‘여유용량’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용자 체감품질과 비례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대기속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용자 쪽에서는 이것도 품질입니다.”

지난달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8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가운데 엘티이(LTE) 서비스의 ‘전송속도’ 수치에 대한 해석을 놓고 물밑 공방이 벌어져 주목됩니다.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엘지유플러스(LGU+)는 품질과 연결짓는 해석을 경계하고, 평가를 주관한 쪽은 통신망 고도화 투자를 소홀히 해온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작업은 해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맡겨서 합니다. 일반적으로 통신사들은 ‘후환’을 우려해 규제기관인 과기정통부의 발표나 정책에 웬만하면 토를 달지 않는데, 이번에 엘지유플러스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번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가 엘지유플러스를 절박한 상황으로 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품질평가 결과부터 볼까요. 엘티이(LTE) 서비스를 통해 사진·영상 등을 받는(다운로드) 속도를 보면, 에스케이텔레콤(SKT)이 195.47Mbps, 케이티(KT)는 144.54Mbps, 엘지유플러스(LGU+)는 112.03Mbps로 나왔습니다. 엘지유플러스가 가장 뒤처진 게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엘지유플러스 이용자들이 “같은 요금을 받으면서 서비스 질은 왜 이리 차이가 나느냐”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엘지유플러스는 그동안 엘티이 품질에서는 가장 앞서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당연히 적극 대응할 수밖에 없겠죠.

엘지유플러스는 “과기정통부가 전송속도 수치에 대한 해석을 곁들이지 않아 언론과 이용자들이 이를 품질 차이로 오해하게 만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엘지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이번 평가결과 가운데 엘티이 전송속도는 기지국별 여유 수용 능력을 측정한 것에 불과하다. 통신망 고도화가 안 돼 가입자들의 데이터 송수신 요구를 충분히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통신 3사 모두 충분한 네트워크 용량을 갖추고 있어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전송속도가 가입자들의 실제 무선인터넷 이용 속도를 나타내는 것이라면,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가 유튜브를 이용할 때의 속도가 엘지유플러스 가입자보다 2배 가까이 빨라야 하는데, 똑같지 않으냐는 겁니다.

엘지유플러스는 또 “가입자가 많은 에스케이텔레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품질평가 방식이다. 지난해에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송속도 수치를 공개할 때는 해석을 곁들여달라고 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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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혹시 공부를 안해 나쁜 성적표를 받아든 아이가 ‘문제 출제가 잘못됐다’거나 ‘별 의미 없는 시험이었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나요?

이번 평가를 주관한 쪽은 엘지유플러스의 주장을 “가장 나쁜 평가를 받은 사업자의 변명”이라고 일축합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관계자는 “요즘은 테더링(블루투스 등으로 이동통신 서비스 공유) 방식을 활용해 노트북을 이동통신망에 접속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몇 기가짜리 고화질 영상을 웹하드 등에서 빨리 내려받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번 평가결과대로라면,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가 엘지유플러스 가입자보다 더 빨리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이 관계자도 “엘지유플러스의 엘티이 서비스 품질이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나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같은 에스엔에스(SNS) 서비스 등을 이용할 때는 별다른 불편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체감품질에서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와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것도요.

하지만 방탄소년단 같은 인기 가수가 갑자기 공항에 등장하는 경우를 가정하면 어떨까요. 몰려든 팬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에스엔에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이럴 때도 체감품질 차이가 없을까요. 당연히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가 유리하고, 여기서 품질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대목을 두고도 에스케이텔레콤의 가입자 수가 많으니 대용량 파일 송수신 수요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고, 따라서 반드시 더 빠른 속도를 낸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가입자들의 데이터 송수신 수요가 몰릴수록 전송속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전송속도가 서비스 품질과 무관하다는 엘지유플러스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입니다. 차라리 좀 군색하긴 하지만, 엘지유플러스는 후발 사업자라 가입자가 적고, 그에 따라 주파수 총량과 통신망 고도화 투자 능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는 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입자점유율이 20%밖에 안 돼, 지금의 전송속도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거나 “새 이동통신(5G)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선도적으로 추진해 격차를 좁히겠다”고 얘기하면 더욱 좋고요.

참고로 과기정통부가 통신서비스 품질을 평가해 공개하는 배경에는 통신서비스 품질 향상 목적과 함께 통신사들의 투자 경쟁을 촉진하려는 속내도 포함돼 있습니다. 통신사들이 통신망 고도화 투자 경쟁에 나서야 네트워크 장비·소프트웨어와 통신시설 공사, 콘텐츠 등 전후방 산업이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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