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 치료를 받은 후 보험금 청구를 '원스톱'으로 한번에 할 수 있게 된다. 초기 단계인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인데, 진료수가 표준화 등이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상반기 중 펫보험을 판매 중인 5개 손해보험사와 함께 '반려동물원스톱진료청구시스템(POS)'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POS는 동물병원과 보험사 간 보험금 청구를 중개하는 시스템으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곧바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현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5개사가 시스템 구축에 참여키로 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이미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거나 만들고 있어 참여를 유보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펫보험과 관련한 보험금 청구와 지급을 효율화해 가입을 활성화하고 각 사별 가입정보 등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보험금 중복 청구를 막자는 취지에서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며 "가급적 상반기 내에 마무리해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더라도 진료비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과잉 진료 등을 둘러싼 분쟁과 잡음이 계속될 것이란 점이 숙제다. 정부는 지난 1999년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취지로 동물병원의 수가제도를 폐지하고 진료비를 자율화했다. 이후 진료수가가 표준화되지 않아 반려동물이 같은 상해를 입거나 질병에 걸려도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제각각이라 과잉진료 등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2010년 삼성화재 등이 애견보험 판매를 중단한 것도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 손해율이 200%를 넘는 등 도덕적해이로 상품 판매를 지속하기 어려워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진료비를 표준화하고 코드를 통일시켜야 보험금을 청구하는 쪽과 지급하는 보험사 간 분쟁과 이견이 없다"며 "우선 시스템을 구축한 후 진료비 표준화와 관련한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POS가 보험금 이중청구를 막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펫보험은 실손의료보험처럼 여러 곳에서 가입하더라도 가입금액(보상한도)에 비례해 회사별로 나눠 보험금을 지급하는 비례보상 상품이다. 보상한도가 20만원이라면 각사가 20만원씩 주는 것이 아니라 총 20만원을 나눠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펫보험은 실손의료보험과 달리 이중계약조회 시스템이 없어 여러 보험에 가입한 후 보험금을 이중, 삼중으로 중복 청구해도 보험사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이중계약조회 시스템을 갖추려면 반려동물 등록번호가 필요한데 등록률이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OS 개발과 함께 사람의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반려동물의 비문(코의 무늬)을 활용해 개체를 식별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별로 펫보험의 성격도 일반보험, 장기보험 제각각이고 면책조건도 다르다"며 "진료수가 표준화 등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시스템이 상용화 되더라도 도덕적해이 문제를 막기에 역부족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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