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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금융포커스] 즉시연금 부서에 힘 실어준 윤석헌 금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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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의 '분쟁조정1국'이 지난 2일 열린 시무식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금감원은 시무식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좋은 성과를 낸 부서와 직원을 대상으로 시상식을 진행했는데 분쟁조정1국이 최우수 부서상과 개인부문 최우수상을 모두 가져간 것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분쟁조정국은 금융기관과 금융 소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원과 분쟁을 조정하는 곳이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운영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금감원 내에서도 소비자 보호의 최전방에 있는 부서다. 그중에서도 분쟁조정1국은 보험에 특화돼 있다. 은행, 증권, 대부업 등 다른 금융업권은 분쟁조정2국이 담당한다.

조선비즈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일 금감원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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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조정1국은 지난해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금감원과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갈등을 빚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과 암보험 민원을 모두 분쟁조정1국이 담당했다. 1년 내내 분쟁조정1국 직원들이 쉬는 날 없이 일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업무가 몰렸다는 게 금감원 내부의 평가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분쟁조정1국에 할당된 민원 건수가 직원 1인당 120건에 달했다"며 "보통 적당하다고 보는 수준이 인당 30~40건인데 그만큼 분쟁조정1국이 많은 업무를 떠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업무량도 많았지만 대형 로펌을 앞세운 생보사들과의 논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을 뚝심있게 밀어붙인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시상식 결과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강조한 금융 소비자 보호 기조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내부의 평가와는 별개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권고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금감원이 즉시연금 문제에 무리하게 개입했다며 윤 원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후 생보사들이 소송전을 택하면서 즉시연금 사태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이런 와중에 즉시연금 문제를 담당한 부서에 상을 몰아주고 격려한 건 여러 논란에도 금융 소비자 보호에 대한 윤 원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로 이날 시상식에서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 강화는 소득주도성장 및 혁신성장을 뒷받침한다"며 "금융 소비자 보호는 일관되게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당장 금감원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하는 종합검사의 칼날이 어디를 향할지 주목하고 있다. 종합검사는 금융회사의 업무 영역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검사로 2015년 폐지됐다가 윤 원장이 부임하면서 부활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삼성생명(032830)이 올해 종합검사의 첫 수검회사로 정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생보사다. 첫 타자가 아니더라도 올해 중에 삼성생명이 종합검사를 받는 건 확실한 상황이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종합검사 부활에 우려와 의문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종합검사가 계획대로 진행될 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시상식 결과만 놓고 보면 윤 원장이 논란을 의식하지 않고 강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에는 윤 원장이 중간에 갑자기 투입돼 자신의 뜻대로 업무를 진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곧 있을 임원 인사를 시작으로 올해는 윤 원장이 내세우는 금융 소비자 보호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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