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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마포 오첨지가 ‘1919 한겨레’ 기획 이유를 아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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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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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헴~. 안녕하시오. 탐사팀장 오승훈이라 하오. 오랜만에 인사드리겠소. 소생은 요새 ‘마포 오첨지’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소. 왠 구닥다리 첨지 타령이냐고 묻지 마시오. 나름의 사정이 있지 않겠소.

<한겨레>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새해 첫날부터 새롭고 실험적인 새해기획을 시작했소. 이른바 ‘타임슬립 1919’. 100년 전 오늘로 돌아가 1919년판 <한겨레>를 만들어보자는 기획이라오. 마치 독자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도록 기사 작법과 편집, 디자인에서도 옛 신문의 분위기를 가미했소이다.

본 기획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호평 또한 잇달았소. ‘걸어다는 근현대 만물지’이자 파워 페부커인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1일, 페이스북에 “사회진화론이 지배하던 시대에 인류평등의 대의를 극명한 것이 3·1운동의 세계사적 의의라고 강조했는데 그 취지를 잘 살린 기사가 실렸다”며 “앞으로 연속된 기사들도 재미있고 유익할 것”이라고 일독을 권한 바 있소. 일제강점기 권위자인 박찬승 한양대 교수도 2일, 페이스북에 “기발하고 참신한 발상”이라며 “한겨레의 이번 기획을 응원하고 기대한다”고 격려를 남기셨소.

장안의 화제인데 아직 못 보셨소? 한겨레 누리집 왼쪽 상단에 ‘1919 한겨레’를 살포시 눌러보시오. 마포 오첨지는 100년 전 지면에서 식민지 현실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익명의 칼럼니스트라고 보면 되오.

근데 왜 갑자기 이런 기획을 했느냐? 무엇보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의 뜨거운 역사를 독자들에게 현재 벌어진 일처럼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컸소. 어느해가 그러지 않겠냐마는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1919년은 ‘다이나믹 코리아’였소. 저 구라파의 소설가 찰스 디킨즈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1919년은 희망의 해이자 절망의 해였소. 저항의 해였고 억압의 해였소. 가능성의 해이자 불가능의 해였소. 진보의 해였고 반동의 해였소. 1919년은 한국사에 거대한 흔적을 남긴 해라 이 말이오.

물론 100년 전으로 돌아가 신문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더이다. 신년기획취재팀을 꾸려 두달 동안 관련 연구자들 10여명에게 자문받고 공부했소. 밤에는 “이렇게 재밌는 역사를 반드시 독자에게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탔다가 낮에는 “이걸 어디까지 전할 수 있나”하는 좌절감에 무릎을 꿇기 일쑤였소. 당시 사건과 그 이후까지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면 당대 시점이라는 기획의 컨셉트가 훼손되고 그 시점에 국한에서 쓰자니 ‘역사적 의미’를 짚어줄 방도가 마땅치 않고…. ‘왜 기획을 한다고 했나’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소. 이 기획이 나름 읽으만했다면 그건 오로지 천의무봉의 필력을 선보인 엄지원 기자 덕분이오.

제작 과정도 순탄치 않았소. 편집·디자인팀과 수차례 회의를 가지며 옛날 신문의 느낌을 어떻게 살릴지 머리를 모았소. 당시 유일하게 발행됐던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쏟았소. 당시 느낌으로 만들려면 세로쓰기와 국한문혼용을 해야하는데 이것부터가 난관이었소. 시스템상 쉽지도 않거니와 하더라도 독자의 가독성을 방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오. 지금의 지면에서 옛날 신문의 아기자기하면서도 고풍스런 느낌이 난다면 그건 오로지 편집팀 허기현·김세미 기자 덕분이오.
한겨레

3·1운동 100주년 즈음까지 이어질 시간여행에 독자 제위를 긴히 초대하는 바이오. 부디 질정보단 격려를 부탁하오. 그나저나 언제까지 식민지 지식인 말투로 친절한 기자들을 쓸 것이냐 물으면 다음 인사로 그 대답을 갈음하려고 하오. “새해 독자 여러분의 댁내에 복된 기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오승훈 탐사에디터석 탐사팀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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