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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멸치잡이 선주들 갑질"…잡자마자 버려지는 기장 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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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망협회 선주 "팔면 되지 왜 버리나"…수협 중재도 실패

연합뉴스

3일 대변항 거리에 버려진 기장 멸치
[멸치잡이 어선 M호 선주 제공]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기장 앞바다에서 잡은 '기장 멸치'가 그대로 버려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3일 기장군 대변항 수협 위판장 앞 거리에는 널브러진 생멸치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 폐기처분이 된 멸치 양은 7.5t(시가 700만원 상당).

지난달 21일에도 잡아 오자마자 폐기된 멸치는 20여t가량(시가 2천만원 상당) 된다.

폐기처분 되는 멸치는 멸치잡이 어선 'M호'와 'S호'가 건져 올린 것이다. 두 배 주인은 형제지간이다.

M호 선주는 "멸치 유자망 협회가 중매인에게 우리 형제가 잡은 멸치를 가져가면 협회 멸치를 안 주겠다며 압력을 넣었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중매인들이 위판장에서 '0'원을 제시해 3차례 연속 유찰됐다"고 6일 밝혔다.

그는 "다른 지역 도매인에게 멸치를 팔려고 했는데 유자망 협회 소속 한 선주가 덤핑하는 바람에 판로를 찾지 못해 그대로 버릴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판로를 못 찾아 멸치를 버린 것은 모두 4차례나 된다"고 주장했다.

M호 가족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변 멸치 유자망협회 선주들의 갑질'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연합뉴스

2018년 12월 버려진 기장 멸치
[멸치잡이 어선 S호 선주 제공]



그는 청원 글에서 "아버지는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30년 동안 멸치를 잡고 있는 어부인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유자망 협회에서 강제로 탈퇴가 됐다"며 "협회가 중매인을 협박해 입찰을 보지 못하게 했고 분노한 선원들이 오늘 잡아 온 고기를 거리에 풀었다"고 말했다.

반면 유자망 협회 소속 한 선주는 "중도매인에게 어떤 압력도 행사한 적은 없다"며 "선주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판로를 개척해서 팔면 되지 왜 아까운 멸치를 버리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번 일은 선주 10여 명으로 구성된 유자망협회가 지난해 초 S호 선주를 제명한 데 이어 형제 사이인 M호 선주도 배제해 새로 협회를 구성하면서 불거졌다.

기장수협이 갈등을 해소하고자 중재에 나섰으나 봉합에는 실패했다.

수협 관계자는 "수협조합장까지 나서 화해를 주선했으나 어민 사이에 골이 워낙 깊어 잘 안 되고 있다"며 "중매인이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물량만 사고 더는 살 필요가 없을 때 '0'원을 제시하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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