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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시리아 미군 철수’에 불안한 중동…미국, 달래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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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철군 계획 없다” 밝혀

폼페이오, 중동 8개국 방문

이란 견제 등 논의하기로

미국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발표 이후 중동 달래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철군 결정이 역내 세력 균형을 흔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이 당초 미군의 ‘전면 철수’ 방침에서 ‘일부 잔류’로 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시리아 철군의 타임라인은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는 미군 철수는 ‘이슬람국가(IS) 잔재의 격퇴’를 조건으로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무기한 주둔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스라엘과 터키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5일 출국했다. 특히 만남에 앞서 철군 속도뿐 아니라 철군 규모도 논의될 거란 관측이 나왔다. AP통신 등은 전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이 미군 일부가 이란 견제를 위해 시리아 남부 알탄프에 잔류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군 잔류설이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오는 8일부터 15일까지 요르단을 시작으로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8개국을 방문한다. 군사·경제·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과 예멘·시리아 등 역내 문제, 이란에 대한 견제 공조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일 “터키인이 쿠르드족을 학살하지 않게 담보하는 일은 여전히 미국에 주어진 임무의 일부”라고 말했다. 터키가 미군 철수 이후 쿠르드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의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수 결정 이후 긴장한 중동 국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군 철수로 터키 공격 위험에 직면한 쿠르드족까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손을 내밀면서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과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상황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친미 수니파 국가들에는 위협이다.

터키의 IS 격퇴전 능력도 문제다. 터키가 미군 대신 시리아에서 IS를 치겠다고 했지만 터키군이 시리아 내로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아사드 정권이 용납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미 터키군의 만비즈 공격에 대비해 정부군이 쿠르드 장악 지역에 배치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습 능력 등이 취약한 터키가 “지난해 12월 미국에 IS 격퇴전을 위해 공중 지원과 수송 지원 등 광범위한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며 “이 같은 요구는 미군이 시리아에서 발을 빼는 게 아니라 더 깊숙이 개입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라고 했다.

결국 미국은 시리아 철군 기간은 물론 철군 규모까지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볼턴 보좌관에게 위임된 정책의 최종 목표(시리아 철군)는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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