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을 고민하는 사람은 합병증과 재수술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최근에는 본인의 개성을 살리면서 자연스럽게 콤플렉스를 교정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고민의 대안이 되는 것이 ‘비절개 수술’이다. 칼을 대지 않고 작은 구멍을 뚫어 특수 기구와 실, 레이저 등으로 눈과 코를 교정한다. 10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이 분야를 개척한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 하재성(닥터미성형외과) 원장이다. 뒤트임·앞트임이나 콧볼 축소술에 비절개 수술을 도입하고, 기존 비절개 쌍꺼풀 수술을 보다 세분화한 권위자다.



하재성 원장은 25년간 절개 수술과 재수술을 집도해왔다. 이 분야를 마스터할 만큼 술기가 쌓였지만 고민 역시 깊어졌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 후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적 고통으로 힘들어하다가 재수술을 위해 찾아오는 환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눈 앞트임을 과하게 해 징그러워 보이는 경우, 뒤트임 후 눈초리가 ‘ㄷ’자 형태로 변형되거나 흉터와 함께 들러붙어서 재수술이나 복원 수술을 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형수술로 절개 후 손상된 조직은 부작용이 생기면 재교정에 한계가 많다. 본래 상태를 회복하는 것도 어렵다. 하재성 원장은 “이런 경우로 찾아온 환자를 재수술하다 보니 처음부터 조직 손실을 최소화해 합병증과 재수술 부담을 줄이는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절개 수술은 0.5㎜의 바늘로 구멍을 뚫어 머리카락보다 얇은 특수 실과 이를 이용해 교정한 부위를 지지해주는 리트랙터 기구, 레이저 등으로 눈매와 콧볼·코끝 등을 교정하는 성형수술의 한 분야다. 하 원장은 “비절개 수술은 절개에 따른 부작용·후유증 부담을 덜어주고 빠른 회복을 돕는다”며 “쁘띠 시술의 짧은 유지 기간과 달리 반영구적이고 교정 효과가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해부학 발전, 의료 장비 발달이 큰 도움

그동안 비절개 수술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미진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이렇다 할 연구 자료가 거의 없었다. 수요는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다양한 수술 부위와 환자 유형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하 원장은 “근래 완성도 높은 해부학 책이 출간되고 세밀한 의료 기구와 첨단 레이저 장비가 나왔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에 적용할 수 있는 반영구적이고 자연스러운 비절개 수술 개발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비절개 수술에는 수술 부위의 깊은 해부학적 지식이 요구된다. 미세한 인대·근막·골막 같은 주변 조직을 충분히 이용해 교정한다. 예컨대 눈 앞·뒤트임에서는 짧은 유지 기간이나 미미한 효과를 보완하기 위해 눈 내부의 인대를 함께 교정한다. 또 각 유형에 따라 특수 실과 매듭법을 활용한다. 이런 기술들이 기존에는 한계로 여겨졌던 비절개 수술의 유지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다.

기존에도 비절개 방식의 성형은 있었다. 하지만 쌍꺼풀 라인을 만들기 위한 매몰법과 안검하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교정술에 그쳤다. 하 원장은 지난 25여 년간 절개 수술과 재수술에서 쌓은 노하우로 환자의 코·눈을 두께·길이 등 모양에 따라 유형화했다. 유형에 따라 눈 앞과 뒤, 눈꺼풀과 눈 밑 라인에 각각 4·3·2·2가지의 비절개 수술법을 고안했다. 콧볼과 코끝 교정에는 각각 3, 5가지, 인중과 입꼬리에 각각 3가지, 턱 브이 라인에 2가지 수술 방법을 정립했다. 하 원장은 “환자 유형에 따라 수술 방법을 세분화해 수술 결과의 편차를 줄일 수 있다”며 “사용하는 특수 실과 수술 도구가 다르고 적용하는 레이저의 에너지와 파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코끝 수술에서는 코 안의 질긴 근막인 ‘스마스층’(SMAS·Superficial muscular aponeurotic system)을 적절히 없애줘야 한다. 스마스층의 양이 많으면 코끝이 넓적해진다. 기존에는 이를 절개해 눈으로 보면서 가위로 잘라내고 긁어냈다. 하지만 비절개 수술에서는 특수 레이저와 기구를 사용해 절개 없이 스마스층을 제거한다. 이때 사용되는 레이저의 에너지와 파장은 사람마다 달라진다.

비절개 수술법의 대부분은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다. 온전히 의사 개인의 재량과 노하우에 달렸다. 하 원장은 “성형수술은 6개월이면 효과가 증명되고 3년 정도면 부작용 등 합병증 여부가 판가름 난다”며 “비절개 수술을 시행한 지 만 3년이 지났지만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재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비절개 수술법이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외에서 비절개 수술에 대한 강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그는 현재 코끝·눈·콧볼·인중 등에서의 비절개 수술법에 대한 논문을 준비 중이다.

시행 만 3년 지난 현재 효과 입증

비절개 수술법의 장점이 많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수술법은 아니다. 기존처럼 절개법이 효과적인 환자도 분명히 있다. 하 원장은 “눈꺼풀에 지방이 너무 많거나 눈 크기가 너무 작은 경우, 피부·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운 경우, 코가 너무 큰 경우에는 절개 수술이 더 적합하다”며 “본인에게 절개가 맞는지 비절개가 맞는지 상담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교정하는 수술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환자의 마음도 저마다 다르다. 하 원장은 수술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수술 방법과 술기뿐 아니라 환자와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 원장은 “상담 과정에서 수술 원리와 특징, 환자의 코나 눈의 유형, 수술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며 “생소한 만큼 수술 원리를 가장 잘 아는 집도의와 충분히 상의하고 기대 효과를 조율해야 그에 맞는 적합한 수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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