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작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과연 신은 존재할까? 지난해 3월 향년 76세로 타계한 천재적 물리학자 스티븐 윌리엄 호킹 박사의 대답은 간명하다. 우주는 빅뱅이 일어난 순간에 공간과 에너지로 존재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無)에서 유(有)로 우주를 창조해낸 것은 과학의 법칙이었다고 호킹 박사는 말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세 가지 재료는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공간이다. 그는 "아인슈타인이 그랬듯이 나도 자연의 법칙에 대해 비인격적 의미로 '신(God)'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면서 "신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안다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호킹 박사는 생전에 유고집을 통해 "신은 없다. 누구도 우주를 관장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혀 화제가 됐다. 이 유고집 원서는 지난해 10월 '어려운 질문에 대한 간략한 답변(Brief Answers to the Big Questions)'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데 이어 새해 벽두에 한국어 번역본으로 출간돼 국내 독자들을 만났다.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이라는 제호로 발간된 번역본은 '왜 우리는 거대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우주는 어떻게 시작됐으며, 이 모든 것의 의미와 의도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저 우주 바깥에는 과연 누가 존재하느냐고 덧붙인다. 이어 소회를 이렇게 나타낸다.
"나는 머릿속으로 우주를 종횡무진 여행하며 인생을 보냈다. 우주 시대는 우리 자신이 인류애를 깨우칠 수 있도록 새로운 관점을 선물했다. 우리는 개체가 아닌 하나로 통합된 존재이다. 나는 이 행성에서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았다."
호킹 박사는 책에서 모두 10개 거대한 질문, 즉 '빅 퀘스천'을 차례로 던진 뒤 그에 대한 10개의 대답을 내놓는다. '신은 존재하는가'로 시작해 '인공지능은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까지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경이로움으로 이 같은 문제들을 돌파해나가자고 제안한다.
예컨대 두 번째 질문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편에서 우주 팽창을 언급하며 100억-150억 년 전에는 은하들이 서로 매우 밀접하게 붙어 있었다고 말한다. 우주의 역사가 시작된 그때에는 모든 것이 공간 안의 한 점에 모여 있었다는 것이다.
여덟 번째 질문인 '우리는 우주의 식민지를 만들어야 하는가' 편은 인류의 우주 확산 가능성을 탐색한다. 호킹 박사는 "지금의 상황은 1492년 이전의 유럽과 비슷하다.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태양계를 탐사해야 한다"면서 "향후 100년 안에 외계 행성을 제외한 태양계 어느 곳이든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행성의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일까? 호킹 박사는 소행성 충돌을 꼽았다. 6천600만 년 전에 일어나 공룡을 멸종시켰던 대규모 소행성 충돌과 같은 충돌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비극적 예견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시급한 위협은 통제를 벗어난 기후 변화로 바다의 수온이 오르고 빙하가 녹으면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돼 지구의 기후가 섭씨 250도의 금성의 그것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낸다.
호킹 박사는 과학적 노력과 기술적 혁신을 통해 더 넓은 우주를 바라보고 동시에 지구의 문제들을 해결키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다른 행성에 인류의 거주지를 만들 수 있으리라 낙관한다며 지구를 초월해 우주 안에서 존재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다음은 호킹 박사가 책의 말미에 결론처럼 덧붙인 당부-.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자. 눈으로 보는 것을 이해하려 하고 우주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도록 노력하자. 상상력을 가지자.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세상에는 해낼 수 있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일이 언제나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상상력을 가두어두지 말자. 미래를 만들어나가자."
한편, 호킹 박사는 현대의 고전이 된 대중 과학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를 1988년에 발간해 우주와 물질, 시간과 공간의 역사에 대해 설파한 바 있다.
까치 펴냄. 배지은 옮김. 298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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