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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美 셧다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손실액 벌써 27조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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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비용 56억달러(약 6조2300억원)를 예산안에 포함시킬지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17일째 지속된 셧다운으로 발생한 손실액은 이미 수백억달러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타임지는 4일(현지 시각)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푸어스(Standard&Poor’s)의 보고서를 인용해 2013년 미국 연방정부가 16일 간 셧다운되면서 발생한 손실이 총 240억달러(약 27조원)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미국 연방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의회가 56억 규모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을 두고 합의점에 이르지 못해 17일째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지속하고 있다. /AP


미국 경제의 성장을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17일째 업무를 정지하며 발생한 손실액은 2013년의 셧다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56억달러를 가지고 싸우는 동안 이미 240억달러(약 27조원)가 넘는 손실이 발생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된 것이다.

S&P는 보고서에서 2013년 셧다운의 영향으로 미국의 2013년 4/4분기 목표 경제성장률이 3.0%에서 2.4%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무정지 기간 동안 정부 서비스의 부재로 인한 손실이 31억달러(약 3조4800억원), 여행수입 손실이 24억3200만달러(약 2조7300억원), 국립공원 폐쇄로 인한 손실이 12억1600만달러(약 1조3700억원), 워싱턴 D.C에서만 근로자 임금 보전으로 34억7200만달러(약 3조9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했다. S&P는 이외 연방 전체 공무원의 임금 손실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손실까지 합하면 총손실액이 240억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예산안 인준 과정에서도 트럼프 정부는 셧다운 위기에 몰렸다. 당시 S&P는 연방정부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미국 경제는 매주 65억달러(약 7조300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고 전망했다. 17일 동안 셧다운이 지속되는 지금, 작년 기준으로도 벌써 약 158억달러(약 17조7500억원), 멕시코 장벽 예산인 56억달러의 3배가 증발한 셈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S&P의 보고서를 인용해 셧다운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WP는 셧다운이 발생하면 2017년 4/4분기에 부진을 보인 경제가 반등할 모멘텀을 놓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는 2019년 1월 현재 다우지수, S&P500, 나스닥 등 미국 주요 증시지표가 1달전 대비 2~3.5%포인트 하락하며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셧다운이 길어지는 것은 경제 반등 기회를 놓치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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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지난 4일(현지 시각) 스미스소니안 국립동물원이 문을 닫았다. /EPA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되면 국가 안보, 사법 집행 등 주요 정부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 외에는 대부분의 정부기관이 문을 닫는다.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은 셧다운으로 연방정부 15개 부처 중 9개가 업무 중지 상태이며 약 80만명의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난 4일 전했다. 그러나 셧다운이 끝난 뒤 이 기간 임금이 소급해서 지급되기 때문에 연방정부 입장에서는 일하지도 않은 근로자에 인건비를 지출하는 셈이다. 국립공원·박물관 등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초당파적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윌리엄 G. 게일 선임연구원은 "주로 셧다운의 쟁점이 되는 예산은 셧다운이 가져오는 거대한 손실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라며 "연방 정부의 자금지원이 중단되면 연간 3000억달러(약 337조원)의 손실이 발생하지만 장벽 건설비용은 고작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 남았다"고 말했다. 게일은 "어떤 사업도 그런 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정치적 쇼맨십이 이어지는 동안 경제는 고통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예산안 협상이 계속 실패하며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셧다운 사태가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5년 21일간 이어졌던 역대 최장 셧다운 기록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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