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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S스토리-人 신임 靑 비서실장 노영민]'기업 아는 운동권'···재계 보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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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전기' 설립···10년 간 경영

'반도체의 날' 주도 시장주의자

靑 "정책 잡음 없이 추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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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기업을 경영해본 경험이 있어 적어도 호통만 치는 의원들과는 달랐습니다. 현장을 알기 때문에 대화가 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도체·에너지 분야에 특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직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위관료가 기자에게 귀띔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 2기 청와대를 이끌게 될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은 운동권 출신이면서도 직접 기업을 경영해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가 ‘시장을 아는 운동권’으로 분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권 3년 차 들어 경제 회복에 올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 실장을 발탁한 것은 개인적 친분 외에도 이 같은 그의 폭넓은 현장경험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8일 노 신임 비서실장 인선을 발표하면서 “산업경제계를 비롯한 각계 현장과의 풍부한 네트워크가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행보에 ‘경제통’인 노 실장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연세대 운동권 출신인 그는 1977년 박정희 정부의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수배·제적됐다. 이후 노동운동에 투신해 전기 노동자로 활동하며 전기기능기사·위험물취급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자격증을 발판으로 ‘금강전기’라는 회사를 설립, 약 10년간 기업을 경영했다. 당시 보유했던 금강전기 주식은 국회의원이 된 후 고위공직자 주식백지신탁 시행에 따라 매각했다.

노 실장은 스스로를 경제에 대해서는 ‘시장주의자’,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개혁주의자’, 외교에 대해서는 ‘실리주의자’로 평가한다. 그는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적극 반대했고 국회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신성장산업포럼’을 이끌었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주축인 386세대 의원들에 대해 “시장이 뭔지 모르고, 어떻게 기능하는지조차 모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도체와 에너지는 그가 특히 관심을 많이 갖던 분야로 꼽힌다. 전력회사를 경영한 경험이 있고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는 충북 청주가 그의 지역구였다는 점이 그의 관심사와 겹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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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치킨게임이 정점으로 치닫던 2008년 당시 반도체 업계의 기를 살리기 위한 ‘반도체의 날’ 제정을 이끈 것도 노 실장이다. 그는 초선의원 시절부터 ‘시스템 반도체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정치권에서는 보기 드문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이런 이력과 맞물려 삼성이나 LG 등 재계에도 마당발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대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다. 한시(漢詩)에 능하고 ‘중국통’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장을 세울 때도 그의 측면 지원이 힘이 됐다는 후문이다.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노 실장이 대통령의 최측근에 배치되면서 문재인 정부 경제 행보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는 재계와의 접점이 전혀 없는 개혁 성향 인사들로 채워져 있었다. 문 대통령이 경제계와의 소통을 누차 강조했지만 실제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도 청와대 인적 구성의 영향이 컸다. 노 실장의 청와대 입성은 그런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다만 3선에 성공한 후 그의 행보에 대해서는 관가와 재계의 평가가 다소 엇갈리기도 한다. 야당 출신 산업위원장을 맡으며 그는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을 거세게 파헤쳤다. 정부의 한 고위관료는 “해외자원 개발의 족보까지 꿰고 있을 정도로 해박했다”면서도 “정권의 압력에 따라 자원개발에 뛰어든 관료들을 보듬는 인간적인 매력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신임 실장의 지역구였던 충북 청주 지역의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기업의 민원 등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강성 운동권의 성향이 분명하고, 다가가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거침없던 그의 이력에 가장 오명을 남긴 것은 ‘카드 단말기’ 논란이다. 등단시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 2015년 자신의 시집 출판기념회를 연 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출판사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시집을 판매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이 사건 때문에 노 실장은 산업위원장직을 사퇴한 후 20대 총선에도 불출마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실장의 장점은 폭넓은 식견과 다양한 경험을 갖췄다는 데 있다”며 “집권 3년 차인 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정책을 잡음 없이 추진하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 노 실장이 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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