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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청와대 2기, 친문 직계 ‘노-강 라인’ 구축… 당청관계서 청 입김 세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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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비서실장ㆍ강기정 정무수석 임명, ‘新文’서 바통 터치… 文정부 3년차 국정주도권 강화 의지
한국일보

청와대 비서실장ㆍ정무수석 임명자=신동준 기자


‘문재인 청와대’가 촛불혁명 이후 대선을 승리로 이끈 이른바 ‘광흥창팀” 중심의 신문(新文) 그룹에서 2012년 박근혜-문재인 대선캠프로부터 시작된 친문 직계그룹으로 재편됐다. 집권 3년차 중반기에 접어들며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국정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된다. 당청관계를 놓고 청와대의 ‘그립’이 강화되는 한편 여야 관계 주도권도 청와대 의지가 강하게 반영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 때문에 향후 청와대 추가 비서관 인사 및 내각개편과 맞물려 대국민 국정쇄신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8일 대통령 비서실장에 노영민 주중대사, 정무수석과 국민소통수석에 각각 강기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과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을 임명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노신임 실장은 폭넓은 의정활동으로 탁월한 정무 감각을 보유했고, 새 정부에서 주중대사로 임명돼 통상ㆍ안보ㆍ외교 최일선에서 헌신한 정치인”이라며 청와대 참모진 개편 소식을 전했다. 이어 “(노 실장은) 산업ㆍ경제계 등 각계 현장과의 풍부한 네트워크 및 소통 능력이 강점이며, 민생경제 활력을 불어넣어 포용국가의 기틀을 다져야 할 상황에서 비서실을 지휘할 최고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임 실장은 또 청와대 서열 2위인 정무수석에 임명된 강 수석에 대해 “특유의 책임감과 검증된 정무능력을 바탕으로 국민, 야당, 국회와 늘 소통하며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성공적 운영, 그리고 협치를 통한 국민대타협의 길을 여는데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인사는 선명성이 강한 원조 친문 그룹이 청와대 전면에 나선게 가장 큰 특징이다. 2012년 대선 때 문 대통령 비서실장, 2017년 대선 때 조직본부장을 맡은 노 실장은 명실상부한 친문 좌장이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으로 직접 추천한 강 수석도 친문 핵심 인사로 꼽힌다. 앞서 노 실장은 초대 비서실장 후보로 임 실장과 경쟁했으나,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지적과 함께 광흥창팀 출신인 임 전 실장에 자리를 내줬다. 집권 중반기 안정적 국정관리에 이번 청와대 개편의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기 청와대의 주류였던 광흥창팀은 2017년 대선을 이끌었던 신친문 그룹으로, 임 전 실장 등 비문계를 수혈해 당 통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강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통해 경제지표 악화나 공직기강해이 사건으로 약화된 국정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실장은 친문 진영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소수의 정치인”이라며 “문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정치적 동지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측근인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김경수 경남지사가 청와대 외부에 있는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측근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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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해 첫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퇴임하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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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그룹이 전면에 나서며 국회와의 역학관계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50대인 임 실장이나 초선 의원 출신인 한 수석은 여야 관계에서 다소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특히 국회가 지난해 문희상 국회의장 및 이해찬 민주당대표 체제로 접어들면서 청와대와의 권력관계가 역전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3선 의원 출신인 노 실장과 강 수석은 모두 여야가 무게감을 느끼는 정치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성과를 내겠다는 일념에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과 국회 경력이 풍부한 노-강 라인을 통해 민생법안과 개혁법안 통과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윤 국민소통수석은 MBC 노동조합 창립멤버로 정치색이 약한 전문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가 친정체제로 전환되면서 야당과의 관계에 긴장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여권 내에서도 “노-강 라인은 강성 이미지여서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 개혁 입법을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원조 친문 사단의 청와대 귀환으로 그나마 협소하던 국민 소통의 길은 더욱 막혀버릴 것으로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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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한 신임 국민소통수석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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