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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 웃어야 삽니다"…신간 '유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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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맥락 읽는 감수성이 유머에 필수"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유머(humor)'는 '어떤 말이나 표정, 동작 등으로 남을 웃게 하는 일이나 능력, 또는 웃음이 나게 만드는 어떤 요소'다. 우리말로는 '익살', '해학', '골계' 등의 표현에 가깝다.

문화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김찬호가 신간 '유머니즘'에서 사전적으로 정의한 '유머' 개념이다.

엄숙주의 전통이 있는 우리나라에선 유머 없이도 사회생활에서 어느 정도 성공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서양에서 유머가 없는 사람은 사회성, 공감 능력 등이 떨어져 리더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영미권 정가에선 '품위 있는 유머'를 활용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질 뿐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인기를 좌우하기도 한다.

음담패설조차 '고품격'으로 승화한, 유머 감각 있는 정치인의 대명사는 유럽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다.

처칠은 총리 재임 시절 의회 회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중 '정적'인 클레멘트 애틀리 노동당 당수가 바로 옆 변기로 접근하자 놀란 듯 다른 자리로 이동한다. 애틀리가 왜 그러냐고 묻자 처칠은 "당신은 큰 것만 보면 국유화하자고 주장하니까"라고 응수했다. 당시 영국 여야는 주요 민간 기업 국유화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치 중이었다.

처칠은 70대 후반 총리직을 은퇴할 무렵 바지 지퍼가 열린 줄도 모르고 연회장으로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야당 여성 의원이 "남대문 열렸네요"라고 핀잔을 주자, 처칠은 "걱정하지 마세요. 죽은 새는 새장 문을 열어놔도 밖으로 날아가지 않는답니다"라고 맞받았다.

연합뉴스

유머니즘




미국 대통령들도 유머 감각에서 뒤지지 않는다.

지난달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에서 장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아버지는 우리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완전히 완벽하진 않았다. 그의 (골프) 쇼트 게임과 춤 실력은 형편없었다. 이 남자는 채소, 특히 브로콜리를 못 먹었는데, 이 유전적 결함은 우리에게 전달됐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가장 인기 있는 역대 대통령 중 하나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 3월 정신이상자가 쏜 총을 가슴에 맞고도 부인 낸시 여사에 "여보 (총알) 피하는 걸 깜박했네"라고 농담했다. 병원에 실려 가선 수술대에 선 의사들에게 "여러분이 모두 공화당원이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유머의 달인이지만, 우리 일상에서는 유머의 의도가 빗나갈 위험이 늘 도사린다.

저자에 따르면 시쳇말로 '빵 터뜨리려' 했는데 분위기만 썰렁해지고 이미지만 실추한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게 성적 농담이었다면 상대방의 불쾌함을 자아내고 인격을 의심받아 기피 대상으로 낙인찍힌다. 여기서 화자가 유명인이고 성적 농담의 정도가 지나쳤다면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거나 법적 제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머 구사와 불쾌감 조장의 경계를 적절하게 찾아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맥락에 대한 감수성이 유머 구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평소 자기에 대한 성찰 태도 역시 필요한 덕목이다.

저자에 따르면 구체적으로는 유머 감각을 이루는 '여섯 개 기둥'이 있다.

자기만의 독특한 관점을 '포착'해야 하고, 의미를 변주하는 언어의 연금술(표현)이 필요하다. 가상의 시공간을 빚어내는 상상력(연기)과 세상을 경이롭게 대하는 감각(동심), 엉뚱한 것을 감행하는 배짱(넉살), 사소한 농담에도 화답하는 여유(공감)도 필수다.

문학과 지성사. 250쪽. 1만3천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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